[김중겸]돈에 대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중겸]돈에 대하여

[논단]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12-03-08 14:36
  • 신문게재 2012-03-09 20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돈이야 좋아한다. 좋은 돈이냐 나쁜 돈이냐 따지며 좋아하고 싫어한 건 아니다. 직장에 나가 일해서 번 돈이 소유하는 돈의 전부였다. 선한 돈 악한 돈 따질 여지가 아예 없었다. 여하간 돈을 좋아한다. 퇴직 후 그게 더 절실해졌다. 어깨의 계급장 내려놓고 명함 찍을 일 없어지자 처음엔 심신이 편했다. 일하지 않아도 연금으로 편히 살 거 같았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내 헛생각이었음이 밝혀졌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었다. 그렇다고 두문불출 은둔하기도 곤란하지 않은가. 무슨 수를 써야 했다.

궁리 끝에 투자 시작. 그러나 한 달도 채 안돼 원금을 까먹는다. 그걸 반복한다. 그런 과정에서 이제는 벌지 못하는 나이임을 깨닫는다. 쓰기를 잘 해야 함을 알게 된다. 나가는 돈의 대부분이 타인을 위한 지출이었다. 기부금이라든가 장학금이었다. 좋은 일 하는 모임에 대한 지원과 식대였다. 그러한 관성을 끊어 돈에 대한 수요를 줄이려 했다. 허나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돈이 뭔지 피까지 부른다. 날품팔이로 근근이 살아왔던 40대 형제는 홀어머니 모시며 효자소리 들었다. 우애 좋기로 동네에 소문도 자자했다. 며칠 전 어머니가 작고했고, 남루한 유품 속에서 예금통장을 발견한다. 잔액 93만원, 형은 이건 내 돈이라 했다. 반으로 나누어 갖자는 동생을 형은 두드려 팼다. 유혈이 낭자했다 한다.

한편으로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알 형제자매가 유산상속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1조원이 넘는 분배를 요구했다. 아버지가 차명으로 남긴 주식을 동생이 독식했다며 낸 소송이다. 날품팔이 형제와 재벌 형제자매라는 두 사회현상에서 자본주의 생태가 여실히 나타난다. 빈부격차, 그리고 없는 사람은 손에 피 묻히고, 있는 자는 사법제도를 이용하는 현실이다.

격차가 날로 커진다. 극소수 부자는 초 단위로 더 부자 된다. 돈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다수의 중산층은 시간과 더불어 무너져 내린다. 돌연한 해고에 추락한다. 빈자는 증가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그래서 시작됐다. 자본주의의 모국 영국에서부터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그 초점은 어디에 있는가. 빈부격차 확대라는 모순의 제거다. 영국은 어떤 나라인가. 5세기에 지배자 로마군 철수, 대륙의 문화와 기술의 전승이 끊겼다. 긴 암흑시대에 돌입, 도르래와 같은 간단한 도구조차 영국인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

조상의 묘를 건드렸다. 거기서 그릇을 파내 썼다. 농사와 목축을 위한 기구를 꺼내 사용했다. 이 정도였으니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었다. 개인주의가 철저하게 몸에 배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자연히 생존을 위해 연구하고 개발했다. 새로운 제도를 고안하고 실생활에 적용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는 영국과 영국인의 생을 위한 필사의 노력의 결과였다.

20년 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사임했다. 동시에 쇠망치와 낫이 그려진 붉은 기도 내려졌다. 소련 붕괴,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선언됐다. 이게 웬 일인가. 세상은 달리 돌아갔다. 승승장구 자본주의가 병들어 버렸다. 물건을 만들고 팔아 돈 버는 시대를 뒤로 한 지 오래다. 돈 놓고 돈 먹기로 치부한다. 금융위기에도 월스트리트 돈벌이는 재미보고 있다.

배 불리는 건 일반대중이 아니다. 금융자본이다. 거기서 일하는 자들은 그들을 위해 일하고 구전 먹는 셈이다. 그렇기에 탐욕스런 가진 자 1%와 배고픈 빈손 99%로 대비되고 있다. 불가피하게 격차시정형(格差 是正型) 자본주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국 총리, 보수당 당수는 대중이 참가하는 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영국 노동당 당수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를 제창한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사회를 지향한다. 공산주의로의 회귀는 아니다. 그러나 좌익 또는 우익이라는 말은 서구정치에서 이미 고어(古語)가 되었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탐구 중이다.

내 몫도 있다. 자본주의는 자선ㆍ기부의 발전과 같은 길 걸었다. 기부기금 마련을 위해 주간투자를 계속하려고 한다. 무엇에 투자할까? 이메일(kimjoongkyoum@hanmail.net)로 답을 보내시라. 정답자 한 두 분께 가벼운 선물 보내련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