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시리즈는 '타잔'의 원작자로 유명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쓴 SF 소설. '바숨 전쟁의 서막'은 1912년 출간된 '화성의 공주'를 스크린에 옮겼다. '바숨'은 바숨어이며 지구어로는 화성이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이 시리즈엔 외계인, 외계언어, 영웅에 액션, 어드벤처, 로맨스, 미스터리 등 할리우드가 추구해온 모든 게 담겨있다. 그러니 조지 루카스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너무 늦게 왔다는 점이다. '스타워즈'도 6편이나 보았고, '아바타'도 이미 지나갔다. 슈퍼히어로도 지겨울 만큼 숱하게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다한들 100년 전 영웅이 관객들의 눈에 찰까?
기대되는 게 없진 않다. 감독이 앤드류 스탠튼이다. '니모를 찾아서' '월-E'로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그라면 단순한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존 카터'는 남북전쟁의 영웅 존 카터가 바숨, 즉 화성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지구와 화성의 중력 차이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 화성엔 팔이 네 개 달린 '타르크'족, 인간과 흡사한 '헬리움'족, '조단가'족이 대립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험, 한번도 본적 없는 신기한 세상, 외계종족들, 로맨스 등 압도적인 스케일로 스페이스판타지ㆍ오페라에 기대되는 것들을 모두 펼쳐놓는다. 원작이 묘사한 행성의 모습을 규모와 상상력으로 황홀하게 축조해 놓았다. 깊고 넓은 공간감의 3D 입체효과도 좋다.
돈 들인 티가 역력하지만 거기까지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을 사로잡을 뭔가 신선하고 특별한 게 없다. 이야기는 밋밋하고 크고 작은 전투가 반복될 뿐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한 스펙터클도 없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스탠튼은 덧붙여 철학과 감정까지 담았다. 월트디즈니가 연출을 맡긴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영웅담 이상의 것을 담아내지 못했다. 애니 감독의 한계였을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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