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 저 |
오스트리아 여행가인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이 1894년 여름에 조선을 다녀가 1895년 독일에서 출간한 여행기. 서양인의 눈으로 본 개항기 조선의 사회, 문화 보고서다. 저자는 일본 나가사키를 출발해 부산에 상륙한 다음, 배편으로 서해를 거쳐 제물포, 서울을 직접 발로 누볐다.
185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18년 스위스 루체른 근교에서 타계한 저자 헤세 바르텍이 한반도 땅을 밟은 것은 공교롭게도 1894년이었다. 그해에 조선에서는 안팎으로 큼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1월에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고, 6월에는 갑오개혁이 실시되었으며, 8월에는 청일전쟁이 발발했다.
이 책에서는 당시의 그러한 정황을 읽을 수 있는데, 호기심 많은 이 여행가는 조선의 구석구석을 직접 돌아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것이 조선을 다룬 기존의 책들을 뛰어넘는 점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당시 조선의 제도와 문물에 대한 종합보고서의 성격도 지니며, 그런 만큼 사료적 가치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참한 조선 상황을 전하면서도 “조선인들의 내면에는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 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한 것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이한 풍광으로 “모두 스무 살이 안 되어” 보이는 여성 20명 정도가 “노출된 풍만한 가슴과 옆이 터진 짧은 치마를 입은 모습”을 기술하면서 이들이 곧 해녀라는 사실을 기술했는가 하면, 홍수가 지는 계절에는 다리를 헐었다가 그것이 지난 다음에 다시 놓는 일을 증언하기도 했다.
나아가 왕을 진찰하는 어의가 “대개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그 이유로는 “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누구도 왕의 몸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책과 함께/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한철호 감수/320쪽/1만5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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