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제목으로 치장한 연극, 소설, 작품은 여태 너무 많았다. 있어 보이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유혹하고자 내용, 주인공, 주제를 모두 넣어 늘이고 늘인 제목들은 결국 진을 빼고 실망을 부추긴다. 제목만으로 작품의 공간이나 소재를 속단하면 안 된다. 연극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이 9일부터 18일까지 소극장 핫도그에서 열린다. '가정식 백반'이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잘 팔리지도, 그렇다고 확고한 예술성도 없는 한 만화가의 집에 도서판매 영업사원이 찾아온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핑계로 집 안에 들어온 그는 만화가에게 백과사전 전집을 팔고자 말을 붙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백과사전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영업사원의 달변에 넘어간 만화가, 계약서에 서명한다. 혼자 사느라 '가정식 백반'을 못 먹어봤다는 만화가는 영업사원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와 영업사원은 서로 초면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이 작품은 코믹하게 출발해 으스스한 스릴러로 급변주되기도 하고, 종국에는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수작이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ㆍ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전석 25000원. 공연문의 1599-9210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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