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범 씨앤유피부과 원장 |
우선 우리나라 봄철 기후의 특징을 살펴보자. 겨울보다는 습도가 조금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30~40% 습도의 건조한 날씨가 많은 편이다. 꽃샘추위와 큰 일교차는 남아 있던 피부 수분조차 증발시켜 각질층은 여전히 메마르다. 간간이 봄비가 내려 잠시 습기가 공급되다가도 곧 건조한 봄바람 때문에 각질층은 미세하게 갈라지게 된다. 각질층이 분리되면서 들떠 보인다고 각질제거제로 열심히 피부를 문지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심할 경우 건조성 자극성 피부염으로 진행되어 따갑고 가려운 증세 때문에 무척 고통스럽게 된다. 피부 각질이 부풀어 일어날 경우 각질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저자극성 액체 세제로 가볍게 씻은 후 보습제를 충분히 자주 발라주는 것이 좋다. 피부에 수분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물로만 씻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물로만 씻게 되면 오히려 피부 각질층 속에 있는 자연보습인자를 녹여 없애기 때문에 피부는 더욱 거칠어지고 뻣뻣해진다.
어떤 보습제를 선택하는가도 중요하다. 민감성 피부에는 무향 무색소의 에센스형 수분제제가 좋다. 아토피 체질이 있는 피부는 세라마이드, 자연보습인자와 항알레르기 성분이 복합되어 있는 크림제제를 선택하도록 한다. 복합성 피부에는 비교적 수분이 풍부한 로션 타입의 보습제를 자주 발라주도록 한다.
간혹 봄비가 내린 후 쾌청한 날씨에는 유난히 외출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자외선 피부염이다. 이런 날씨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자외선이 지상으로 내리쪼인다. 얼굴이나 손등과 같이 평소 햇빛 노출 부위에는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멜라닌색소가 많이 있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겨울 내내 한 번도 햇빛을 보지 못했던 피부다. 외출 시 기온이 갑자기 오르다보면 짧은 옷을 입게 된다. 이때 많은 양의 자외선이 피부 속으로 들어간다. 자외선이 피부 속에 쌓이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각질 보호막은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각질층 수분은 급격히 빠져나간다. 이런 상태를 자외선에 의한 민감성 피부염이라고 한다. 매년 초봄에 피부를 괴롭히는 피부염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피부염이다. 자외선 피부염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시 급격한 노출이 예상되는 피부에 햇빛차단제와 보습제를 충분히 바른다. 긴 팔 옷이나 창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함께 준비하는 것도 좋다.
매년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황사 현상도 피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올 봄에는 예년에 비해 황사가 불어오는 날이 더 많다는 예보가 있다. 건조한 피부 사이로 침투해 들어온 알칼리성 황사는 피부 각질을 더욱 들뜨게 하므로 가려움증과 따가움, 심할 경우 발진과 부종까지 일으킬 수 있다. 황사가 심할 때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보호안경도 함께 착용하면 좋다. 자외선 차단제와 수분 크림을 충분히 발라 황사 먼지가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한다.
황사에 노출된 후 집에 들어왔을 때에는 피부를 직접 긁거나 문지르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약산성 세정제를 사용하여 피부를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씻어주거나 목욕통에 10~15분정도 몸을 담가 황사먼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게 한다. 피부 세정 후에는 피부염 부위에 약용 연고를 가볍게 바르고 나서 전신에 보습용 토너 혹은 로션을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발라주어 지친 피부를 쉬게 해주면 좋다.
올 해도 자연의 변화에 잘 순응하는 피부 관리를 해주므로 우리 모두 건강하고 생기 있는 봄맞이를 하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