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학교 자체 프로그램과 가족체험, 그리고 지역사회협력 프로그램이라는 주5일제 수업의 근본 취지가 부실한 프로그램과 학부모의 무관심에 더하여 시행 첫 주부터 자칫 혼선으로 비쳐지고 있는 부분도 새삼스러운 우려는 아니라 생각된다. 물론 우리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인프라가 좋아 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모든 교육이 그렇듯 주 5일제 전면시행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역할 분담 및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주5일제 수업의 전면시행과 관련한 소식에서 “주5일제 전면시행에 따라 학생들은 1년 중 절반(175일) 가량을 쉴 수 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면서 필자는 주5일제 수업과 휴일의 연장을 같은 선상에서 두는 인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휴식. 쉰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은 여가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주5일제 수업의 정착은 주5일제 수업 자체의 정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지식위주로 편성된 교육과정의 축소와 같은 교육정책의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5일제 수업으로 인해서 학생들이 누리게 될 소위 '휴일'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의 수업일은 줄인다는 의미의 주5일제 수업은 오히려 '주5일제 학교'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것이다. 주5일제 수업은 교육기관의 효율적인 운영방식의 하나로서 학습공간의 물리적인 이동을 통한 '자기 주도적 학습기회의 확대'로 학교에서의 5일간의 수업은 휴일동안의 학교 밖 공간의 학습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5일제 수업의 필연적 조건인 학교와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가정과 지역사회의 '삼각연계'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올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의미의 학습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지역 사회의 책임과 의무가 없이는 '교과의 내면화'라는 주5일제 수업의 목적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 뿐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주5일제 수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주5일제 수업의 성공적인 정착이 해당 지역사회의 교육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역사회 평생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역할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자원과 노하우는 주5일제 수업 성공의 큰 관건인 기반시설이나 프로그램으로 직접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대학이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체제에 있어 중요한 꼭지를 담당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그 역할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음은 아쉬운 점이나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지역 대학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주5일제 수업의 정착을 위한 기반조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당장에 대학이 주도하는 방과 후 학교 사회적기업과 연계하여 초중고 학생들에게 창의적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주5일제 수업의 기반 조성을 위한 한 방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각 대학들이 특성화된 역량을 활용하여 체험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한다면 주5일제 수업의 운영에 따른 학교와 지역사회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창조 경제시대에서 지역사회에 개방된 대학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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