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훈]정직하기 힘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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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정직하기 힘든 세상

[NGO소리]조영훈 전 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 승인 2012-03-07 14:03
  • 신문게재 2012-03-08 20면
  • 조영훈 전  CBS상무조영훈 전 CBS상무
▲ 조영훈 전  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 조영훈 전 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얼마 전 교회 주차장에서 겪은 일이다. 주차장 입구에 동네 주민이 거의 입구를 반쯤 막는 수준의 주차를 해놓았다. 급하게 교인의 차를 옮겨야 할 일이 생겼기에 그 일을 자원했고, 조심스레 운전하면 입구를 빠져나갈 수 있었기에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시동을 걸자 차량의 엔진회전수가 급속히 올라가며 굉음을 내더니 기어를 넣는 순간 차는 뛰쳐나갔고 결국 입구를 반쯤 막고 있던 그 차를 들이 받고 말았다. 내려서 살펴보니 앞 범퍼에 흠집이 생겼고 미등이 깨졌다.

여기서 고민이 생겼다. 당연히 차주에게 연락해야 하는데도 본 사람이 없으니 모른 체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내 차도 모르는 사이에 수없이 받힌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직하기로 했다.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연락을 그만둘까하는 유혹이 또 있었으나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또 한 번, 보험으로 처리하자는 유혹에 흔들렸다. 차주가 운전했다고 거짓신고 할까를 놓고 고민했었지만 계속 정직하기로 하고 과실에 대해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같은 모델 차량의 앞 범퍼 교체비용을 알아보았다. 거기에 미등 교체비용을 합치고 거기에 조금은 더 보태질 것이라 예상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다음날 차주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차량수리비도 예상보다 훨씬 부풀려졌고, 수리에 3일이 소요되니 차량 렌트비, 그리고 범퍼 교환으로 후일 차량 매각 시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비용까지 배상해달라고 한다. 너무 심하다고 따지고, 설득하고, 호소해서 예상했던 비용의 2배 정도를 변상해 주는 선에서 종결되었다.

이 경험에서 우리 사회는 정말 정직하기 힘든 세상이고 합리성이 결여된 세상임을 절실하게 느꼈다. 정직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는 세상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일까? 문제는 사회 지도층이 정직하고,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할 때 국민들이 정직의 승리를 믿게 되고, 사회는 변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법이 평등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고, 권력 있는 사람 앞에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보면서, 그는 입법부 수장과 집권여당 대표를 역임한 분이기에 이런 고위층의 정직과 이를 조사하는 검찰의 엄정함에 기대가 컸었다. 결과는 그 분은 아랫사람들의 일로 책임을 전가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공개했던 의원 한 사람에게만 돈 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종결하였다. 고위층의 부정직과 검찰의 나약한 모습을 다시 보며 정직이 또 한 번 치욕을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기에 잘못을 저지르고 검찰에 출두하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단은 결백을 주장하고 들어가는가 보다.

정직은 사회를 맑고 바르게 만들며 품격 있는 사회를 이루는 원동력이다. 우리사회는 아직 정직의 위대한 힘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이 국민들의 신임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덕목은 정직이며, 기업도 소비자와 근로자로부터 정직의 신뢰가 쌓일 때라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정치인들의 거짓공약 경연이 또 시작되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치인들의 정직성을 최우선으로 검증했으면 좋겠다. 정직하고 진실이 통하는 사회를 이루는 일은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직한 세상은 나의 언어와 행동에 거짓이 없는지부터 반성하는 생활 자세를 갖는데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럴 때라야 정직이 손해를 보는 일도 없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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