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할 전술 보여주지 못한 채 수비구멍 그대로 노출.
경험 부족에 따른 긴장감 높아 우왕좌왕 플레이로 실망스런 경기.
지난 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대전시티즌의 올 시즌 개막경기에 대한 짤막한 평가다.
대전은 경기시간 90분 동안 이렇다할 기회나 슈팅은 커녕 시종일관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준 채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새롭게 영입한 용병들은 기대감을 높였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멸했다.
유상철 감독 역시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개막 경기인 만큼 긴장감이 높았더라도 그동안의 훈련이 모두 무용지물 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스플릿시스템 도입으로 강등팀이 결정되는데 축구 전문가들의 우려가 예삿일이 아닌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개막경기를 지켜보고 “경남에 0-3으로 패배한 것은 차치하고 경기내용 자체에 대해 상당한 문제가 있는 만큼 올 시즌을 어떻게 꾸려갈지 걱정이 앞선다”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 감독은 “타 구단의 제물이 되지 않겠다. 지략과 전술이 뛰어난 유비축구를 선보이겠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강인한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경기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주인공인 만큼 감독의 뜻대로 완벽하게 되지 않겠지만 이날 경기는 그동안의 공언을 허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멕시코와 제주도, 국내 동계훈련을 치르면서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패배가 선수단은 물론 감독 역시 독기를 품어 새롭게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대전의 레전드이며 한국프로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한 최은성과의 재계약 불발에 따른 뒤숭숭한 팀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이 극도에 달한 원정 개막전을 비기거나 승리했을 경우, 자칫 자만심에 빠지거나 작금의 사태가 본질과 다르게 묻힐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유 감독도 원정 개막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첫 경기 만에 그동안 우려했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며 “오는 11일 전북현대와의 홈 개막전에서는 기필코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팀을 빠르게 재정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영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