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호국의 별' 46용사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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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원]'호국의 별' 46용사를 그리며

[중도마당]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2-03-05 14:19
  • 신문게재 2012-03-06 20면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아, 3월이다. 삼일절과 함께 시작되는 향기로운 봄의 문이 가슴을 두드리며 서서히 열리고 있다.

꽃들은 팝콘처럼 봉오리를 터트리고 날개를 활짝 편 나비들이 하늘하늘 무리지어 청명한 하늘 가득 오색 풍선처럼 사뿐히 날아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리움만 남겨놓고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로 날아 가버린 나비를 보면 국민의 가슴 속에 불멸의 이름으로 살아 숨쉬는 대한의 영웅, 푸른 바다의 전사, 호국의 46용사가 떠오른다. 사랑하는 아들아. 많이 보고 싶다. 그곳에선 좋은 부모 만나 사랑 받으며 못다한 공부, 마무리 못한 피아노, 하고 싶었던 택견, 꿈이었던 만화가, 못했던 데이트, 못 가본 여행 가지고 싶었던 자동차, 꼭 이루렴. 못한 어미가.

오, 그대여. 철도기관사의 꿈을 이루어 한반도의 대륙을 넘어 유럽까지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던 꽃다운 청춘, 장철희 일병. 우송대학교 철도전기신호학과 재학 중 나라의 부름으로 소중한 꿈은 위대한 애국심으로 승화돼 조국을 위해 천안함에서 장렬히 산화한 임의 기상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코레일에서. 아직은, 어떻게든 설명이 가능한 일보다 어떻게 해도 설명이 불가능한 그런 일들이 내 앞에 많이많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청춘의 잎맥에 푸른 햇살 마음껏 쬐어주었다고 그 상처로, 단단해지고 보란 듯이 잘 견뎌냈다고, 여물었다고 먼 훗날, 내 앞의 너에게, 네 앞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천안함 용사가.

이 곳은 2010.3.26. 서해안 임무 수행 중 희생된 천안함 46용사가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란 글자가 새겨진 표지석 앞에 서서 묘비들을 둘러보면 애끓는 부모의 글, 생전에 썼던 고인의 글귀, 친구가 남긴 편지 등이 보인다. 시린 바람에 인적이 드문 묘역에서 매일 마흔 여섯 개의 비석을 닦는 어머니가 오늘도 비석처럼 그곳에 서 있다.

작년에는 전화기에 불이 난 듯 숨 쉴 틈이 없더니, 올해는 전화가 도통 울리지 않는다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것이 못내 섭섭한 표정이었다.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냐마는 생이 짧게 기재된 묘비는 너무 가슴 쓰리다.

석 달 된 딸을 두고 떠난 아빠, 동료를 구하려다 실종된 팀장, 홀어머니의 치료비를 위해 입대했던 아들, 세계 최고의 요리사를 꿈꿨던 청년 등 대한민국에 꼭 필요했던 46명의 젊은이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생의 마지막 전화를 못 받은 가족과 살아있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는 친구는 오늘도 그들을 그리워하며 새벽을 깨우는 악몽처럼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눈을 뜨고 있는 것도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대전현충원은 천안함 용사들을 국민의 가슴속에 꽃피우기 위해, 3월 19일부터 26일까지 1주일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현충문 앞 잔디광장에서 추모메시지를 붙이는 소망메시지 콜라주, 천안함 관련 사진으로 꾸미는 염원의 벽, 천안함 46용사 추모사진전, 대전광역시 걷기연맹 주관으로 국민과 함께 원내를 걷는 4.7㎞ 추모 걷기 등을 개최한다. 그날의 참상을 뚜렷이 보고 가슴 속 깊이 느끼며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뜻 깊은 추모행사를 추진하고자 한다.

3월 26일은 천안함 46용사 추모 2주기가 된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에도 서해의 별이 된 46용사를 향한 애도의 진혼곡이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울려 퍼지고 끝없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으면 한다.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우리의 형이며 동생이고 아빠였던 용사들과 오늘도 굵은 눈물방울을 흘리고 계실 어머니, 아들이 그리워 묘역을 서성이는 아버지를 잊지 말고 가슴에 새겨야한다.

추모기간에 천안함 묘역을 방문해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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