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상처는 피하지방을 뚫고 근육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화살이나 화살 유사한 것에 의하여 다친 상처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점에 대해서는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속기록 상에 의사가 증언하기를 피해자의 상처가 동전만한 크기라고 하는데 이러한 상처는 송곳 등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하면서 격발된 화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자해라고 한다면 결국 피해자인 판사는 석궁을 가지고 자기 몸을 향해 발사해야 하는데 그것은 더 더욱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스스로 자해한 것으로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럴 수도 있다고 강변한다면 법은 그런 경우까지를 상상하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법은 보통사람, 일반적으로 상식 있는 사람의 행동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을 넘어서서 이런 일까지 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법 역시도 그런 천재적인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이 영화와 같다면 교수는 비범한 피해자를 만나 법도 보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것이며 그렇다면 이것은 그의 기구한 운명을 탓해야지 일반인의 상식에 머물고 있는 범속한 법이나 사법부를 탓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영화는 허구일 수 있다. 허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관객으로서는 허구라는 전제 하에 재미삼아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와 같이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진실이 무엇인지, 즉 실제 재판기록 상에 나타난 내용이 어떠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있은 후에 관객들로 하여금 법정에서 일어난 진실을 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재판 속기록 그대로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실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오해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진실은 다이아몬드와 같아서 변하지 않지만 거짓은 숙주나물 같아서 쉬 변해 버리는 법이다. 가능한 한 사건의 진실이 알려져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의 결론은 사실이 아니라 요사이 TV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극과 같이 가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영화가 혹시 김빠진 맥주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지만.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