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약(藥)이 되는 독(毒), 독(毒)이 되는 말(言)

  • 오피니언
  • 청풍명월

[김은주]약(藥)이 되는 독(毒), 독(毒)이 되는 말(言)

[직선곡선]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승인 2012-03-05 14:09
  • 신문게재 2012-03-06 21면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 김은주 자료조사부 차장
독(毒)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왕은 옆에 기미(氣味) 상궁을 두고 수라를 들기 전 음식에 독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했다. 상한 고기나 부패한 통조림에서 생기는 보툴리누스 균(Clostridium botulinum)은 1g으로 수만명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독하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이처럼 치명적인 독성은 '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을 채워주는 데 쓰이기도 한다.

미용성형에 사용하는 보톡스는 바로 이 보툴리늄균에서 얻는 독소다. 뱀의 독이나 봉독(蜂毒) 또한 화장품을 만드는 데 응용된다. 뱀독과 유사한 성분인 펩타이드를 첨가한 화장품은 주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뱀의 독이 피부를 마비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화장품이다. 뱀독은 치과나 안과 등에서 지혈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현재 대량생산이 가능한 재조합 지혈 효소를 개발하는 중이다. 사람에게 해롭기만 할 것 같던 독의 화려한 변신이다.

반면 세상살이에 유용해야 할 도구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말[言]이 그중 하나다.

임산부 폭행녀, 국물녀, 슈퍼녀…. 지난 몇 주 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한 온갖 '녀' 역시 말과 말이 만들어냈다. 음식점 종업원이 임산부의 배를 걷어찼다는 '임산부 폭행녀', 한 여성이 어린이에게 된장 국물을 뒤집어 씌워 화상을 입혔다는 '국물녀', 중년 여성이 편의점까지 따라와 여학생을 폭행했다는 '슈퍼녀'. 소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전후사정이 밝혀지기 전까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악플)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황이어서인지 온라인상에서의 말은 걷잡을 수 없이 거칠고 험해진다.

실상은 일방적인 폭행도, 이유없이 쏟은 국물도 아니었다. 쌍방책임에 의한 사건이었다. 물론 폭행 자체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과 인터넷을 타고 쏟아진 비난은 '마녀사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심리학에서 마녀사냥은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본다. 중세사회에서 체제에 대한 민중의 불만과 저항을 마녀라는 희생양을 통해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제로 사용했다. 지배층에 의해 희생양이 만들어졌던 그 시대와 달리,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한 현대엔 서로 희생양을 만들고 마녀사냥에 나선다. 이런 집단 히스테리 현상은 각박한 세상을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리의 자화상이다.

공포의 대상였던 독(毒)이 약으로 쓰이는 시대다. 하물며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 수단이 돼야 할 말에 독을 잔뜩 발라야 할까. 힘든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독을 품은 말 대신 서로를 응원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힘내!”

김은주ㆍ자료조사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