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대전 동구 모 아파트에선 층간 소음 문제로 아래층에 사는 A(40)씨와 위층에 사는 B(38)씨가 멱살잡이를 했다. A씨는 몇 달 동안 과일이나 간식거리까지 들고 찾아가 “임신한 부인이 예민하니 배려를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우린 아직 자녀도 없고, 시끄럽게 한 일이 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쌓이고 쌓인 감정이 폭발한 A씨는 급기야 B씨의 집 문을 발로 차며, 욕설을 했고, B씨는 야구방망이까지 들고 나와 싸움을 하게 됐다. 다행히 서로 다치지도 않았고, 경찰을 부르기 직전에서야 멈췄지만, 지금도 그 앙금 때문에 A씨와 B씨는 이웃이 아닌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한 때 '이웃사촌'이라 부를 정도로 이웃과 각별한 정을 나눴지만, 지금은 '공동체사회 붕괴'라는 말이 아주 익숙할 정도로 만연돼 있다.
최근 천안에서 발생한 모 프랜차이즈 업체 종업원과 임산부 손님 간 다툼은 전국적 뉴스로 번지면서 진실 공방이 오갔지만, 그 이면에는 이웃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 현실이 있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만큼 종업원과 손님이기 이전에 이웃인 이들은 정신적으로 예민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임산부의 어려움, 식당 종업원으로 힘들게 일하는 어려움을 서로 배려하지 못해 불거진 것이다.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내 옆에, 또는 내 앞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주민들도 태반이다. 층간 소음 때문에 칼부림까지 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계단에 놓은 물건이 시비가 돼 주먹다짐을 하는 등 사소한 문제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충남도가 주민 간 소통을 통한 '더불어 사는 삶' 등을 잘 형성하고 있는 아파트를 '으뜸아파트'로 선정하는 등 자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적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대전풀뿌리사람들 관계자는 “이웃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의 장단점을 깨우치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로, 서로 필요한 만큼 소통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거형태와 생활패턴 등의 변화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통, 이해가 부족한 만큼 아파트 등은 물론, 주택 간 이웃까지도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관심을 갖고 도와주고, 이웃의 도움을 경계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등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현재 자치단체에서 공동체 복원과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매년 우수한 마을이나 지역을 선정해 상을 주는 형태를 답습할 게 아니라 주민들이 공동체복원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게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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