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손이 부르는 오해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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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손이 부르는 오해와 이해

  • 승인 2012-03-04 14:08
  • 신문게재 2012-03-05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연우를 받는 훤의 손바닥, 동성애자 부르는 손가락, 거짓말로 오인되는 손짓들…”

예보에서 '약한 비'로 부르는 는개<이슬비<가랑비('보슬비'는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 오른쪽일수록 빗방울이 굵다. 안개처럼 부연 비가 '는개'다. 한자어 연우(煙雨), 영어 misty rain에 가깝겠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왕 훤이 손으로 빗방울을 받는 장면은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연우[女]를 그리며 연우[雨]를 받는 훤의 손바닥은 하늘을 향한다. 우리와 달리 서양인들은 비의 양을 가늠하려면 손등이 위로 간다.

사람을 부를 때 손바닥을 아래로 까딱이는 손짓은 미국인들의 가라는 손짓과 비슷하다. 손등을 바깥으로 하는 V 사인은 그리스에서 '승리', 영국과 프랑스에서 '꺼져 버려' 뜻도 있다.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는 긍정이 나라에 따라 부정 표시가 되기도 한다.

2년 전까지 외국인들은 한국 거리에서 혼란스러웠다. 문화충격까지는 아니지만 그 혼란을 우측통행으로 바뀐 우리가 겪고 있다. 문화가 바뀌는 사안인데 '국가경쟁력' 효과와 방향 표시 화살표만 믿고 90년 전통을 갑자기 깬 것이 문제였다. 우측통행은 우측에 시선이 많이 간다. 그에 맞게 상품 진열이나 광고판 위치도 바꿔야 한다. 물론 옛날엔 골목길 오른편에 붙어 걸었다. 오른손잡이의 대응이 용이한 구조가 사실은 우측통행이다.

손은 참으로 다양한 일을 한다. 조사에 따르면 손이 하는 일의 45%를 엄지가 해낸다. 엄지를 다쳐 보니 실감하겠다.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마는 행동은 엄지가 따로 달린 인간만이 한다. 이 재주 아닌 재주가 지중해 일부와 남미에서 돈, OK가 아닌 음란한 신호로 여겨진다. 러시아서 엄지를 치켜들면 동성애자들이 다가오는 사태가 빚어진다.

관습의 차이, 문화의 차이다. 악수만 해도 그렇다. 가볍게 빨리 하거나 두 손으로 감싸 쥐지 않아야 예법인 나라도 있다. 손바닥이 위를 보는 복종악수, 아래를 보는 지배악수로도 구별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처럼 오른손이 아파 왼손으로 하는 '정치적'인 악수도 있다. 모니카 르윈스키를 기억할 것이다. VIP와 악수할 때 찰거머리처럼 놓을 줄 모르던 그녀가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저지른 일도 기억할 것이다.

지난번 대전 토크 콘서트에서 이웃음 '환경웃음운동가'는 행복의 비밀이 앞쪽 뇌에 있다며 자주 웃으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전두엽에 좋은 웃음도 상황은 가려야 한다. 남자들은 여자의 웃음을 호감이거나 유혹으로 보는 안 좋은 습성이 있다. 같은 이유에서 머리카락 넘기기, 입술 내밀기, 다리 꼬기, 자기 몸 만지기 등은 삼가야 한다. 여자들은 또 성적 욕구가 담긴 남자 웃음까지 친절로 받아들인다.

남녀 공히 손으로 입 가리기, 코ㆍ눈ㆍ귀 만지기, 목ㆍ머리 긁기는 거짓말로 비쳐지는 몸짓이다. 팔짱끼기는 남을 밀어낸다. 총선 후보자라면 특히 속마음이 잘못 해석되는 더블 마인드부터 조심해야 한다. 손동작은 말보다 1초 빨라야 민첩하게 보인다. 허리춤에 올린 손은 '까불지 마', 뒷짐 지기는 '당신이 전혀 안 무서워'로 보인다. 사람들은 몸이 말보다 거짓말을 못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과 관계없이 그렇게 믿는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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