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정 유성구청장 |
장자는 흔히 노자(子)와 함께 무릉도원이나 자연에 회귀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하는 도가(道家) 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소통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통을 강조한 인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자는 소통을 3단계로 나눠 월(越)나라에 모자를 팔러 간 송(宋)나라 상인 이야기로 1단계 인지를 설명하고 새를 죽인 노()나라 임금의 이야기로 2단계 실천, '호접몽'으로 3단계 변화를 설명했다. 특히 호접몽은 보통 현실을 벗어나 이상향을 찾는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자기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처음 본 존재인 나비와 소통을 통해 주체가 변화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장자의 소통 3단계는 지역 주민이 행정의 객체에서 지방자치의 큰 축으로 변화하고, 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24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시민 의사의 정확한 반영, 불확실한 커뮤니케이션 등의 문제로 아직 제대로 된 풀뿌리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는 소통을 통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수립 단계부터 예산 편성과 정책 시행의 각 단계에 주민 참여를 유도해 주민의 의사를 행정에 반영해야 한다. 간혹 주민과의 소통이나 주민 참여를 사업 추진에 있어 걸림돌로 생각하거나, 기관장의 의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를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하면 주민들의 원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은 납세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주민 참여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일을 스스로 추진하는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방법일 것이며 과거 일방통행식의 업무추진에 따른 주민 저항을 없애고 주민을 진정한 시민 사회의 주인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민선 5기가 새로 시작된 후 유성구에서는 소통과 참여를 구정 운영의 바탕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례로 관례적인 동 연두순방 대신 토론회 방식의 동 순회 간담회를 개최해 지난해 구즉동에서는 10여 년 동안 사용처를 정하지 못했던 마을발전기금을 경로당을 짓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민들이 참여해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 개진을 통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또 주민참여재판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범 도입한 '구민배심원제'에 3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 의견 발표와 토론을 통해 유성 지역의 가장 큰 행사인 온천 축제의 명칭을 '유성온천문화축제'로 정해 조례 제정까지 마쳤다.
이로써 20년 동안 지역 대표 행사로 열렸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수시로 명칭이 바뀌어 약해졌던 정통성을 주민들의 힘으로 다시 살릴 수 있게 됐다.
또 지난해 전국적으로 실시된 주민참여예산제를 동별 3000만원 예산을 배정해 주민들이 직접 사업계획을 내고 토론과 전자투표를 통해 원하는 사업을 선정했다.
그 결과 하천 교량 기둥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타일로 제작해 붙이는 사업 등 소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24개 사업이 선정돼 2억 8000만원의 예산이 올해 본예산에 반영돼 사업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을 모아 만드는 '생각꾸러미공원' 사업도 큰 호응을 얻어 2010년 가을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인 아이디어 공모에 900여 명이 아이들이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줬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꾸러미공원 4개소는 로봇, 시간, 생태, 미로 네 가지를 각각 주제로 삼아 지난해 6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초 개장해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전망이다. 이렇듯 주민과 소통하고 참여를 통해 생각을 나누면 더 발전적이고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을 단순한 행정의 객체로 놓는 것이 아닌 행정의 주체로 나서서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바로 희망이 되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주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과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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