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그러나 그것도 결국 얼마 되지 않아 둥지를 떠나야 하고 또 다시 표밭으로 날아와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세계다. 때로 가련하게 보이는 이러한 광경은 연민의 정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왜 정치의 계절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그 수많은 새들이 표밭을 찾아 날아오는 것일까? 정치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온 몸을 바쳐가면서 정치라는 불꽃 속으로 스스로 뛰어드는 것일까? 불나방처럼. 그처럼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조차 코미디언처럼 변해버리는 그 곳, 활화산 같은 그곳을 왜 사람들은 찾아가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바로 정치에는 힘이라는 것, 권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힘, 바로 영향력이야말로 정치의 진정한 매력인 것이다.
사실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정치란 인간관계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을 통한 일반적인 규칙을 만들어 내고 또한 이를 보존하고 수정하는 활동이라고 어렵게 표현한다. 이러한 교과서적인 의미의 정치에서는 권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여기에서 '일반적인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힘이며 권력인 것이다. 이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 사람만이 이러한 힘을 가지고 그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규칙이 만들어지면 독재정치인 것이고, 여러 사람이 관여하여 서로 타협을 하고 합의에 따른 규칙을 만들어 가면 바로 민주정치인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거에 의해 뽑힌 자로 하여금 이러한 규칙을 만들도록 한 것이 오늘날의 정치제도다. 선거에 의한 투표행위란 바로 뽑힌 자에 의한 힘의 행사를 정당화해 주는 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스스로 그 힘에 복종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선거과정을 통해 잠시 그러한 우리의 힘을 맛본다. 그들이 머리 숙이고 한 표를 부탁하고, 뽑아달라고 애써 미소 지으며 아양을 떨고 있으니까.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이윽고 그들의 본색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준 힘을 가지고 우리에게 복종을 요구한다. 우리가 애써 번 돈을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걷어가고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하에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행동을 제약하며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세금을 마구 써댄다. 우리는 이미 그들을 제어할 힘어 없어졌기 때문에 그러한 그들의 힘의 행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적나라한 표현으로 오늘날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 속에서 투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강조하자는 의미다. 여기에서 정치 불신이라는 점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바로 정치를 불신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을 믿고 힘을 주었고 그래서 그 힘에 복종한다고 약속했으면서도 그들을 미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움도 애정의 한 표현인가? 정치에 관한 한 그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미움은 무관심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와 이념논쟁,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때에 과연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듯이 바로 '바른 정치'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바른 정치의 바탕은 바른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며 투표란 바로 바른 정치를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잘못된 정치에 대한 불신에 앞서 모든 국민들이 진정으로 애정 어린 마음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이것이 바른 정치로 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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