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일 사회단체부장 |
톤레삽 호수는 아시아에서 제일 크고,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큰 담수호다. 우기가 되면 메콩강이 역류해와 호수 넓이가 제주도의 7배로 불어나고, 건기때 1m이던 수심이 9m까지 깊어진다. 이 곳 호수는 블루빛이 아닌 누런 황톳물이다. 호수 한편에는 수상촌이 자리잡고 있다. 수상촌의 인구는 1만명 정도이고 이중 베트남 난민이 30% 정도 된다. 이들 보트피플은 배위에서 살면서 톤레삽의 황톳물로 빨래하고, 식수로 사용하고, 음식을 만들고, 이 곳에 배설까지 한다. 그런데도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황톳물이 정화작용을 해주고, 물위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옥잠화가 자정작용을 도와주기 때문이란다.
톤레삽 호수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일컬어지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과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을 연결해주는 호수이기도 하다. 600종 이상의 담수어가 잡히는 이 곳 톤레삽은 캄보디아 국민 담백질 섭취량의 60%를 책임지고 있다. 메콩강이 프놈펜 동쪽을 지나가면서 연례적인 범람으로 씨엠립까지 거대한 호수를 형성하는 톤레삽은 보트피플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행복한 보금자리다. 70년대 중반에 시작된 베트남 전쟁시 베트남의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로 피란을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을 하게 됐는데 이들이 바로 보트피플이다 .
수상촌 모습을 보면 너무나 남루해 연민의 정이 절로 느껴지고 그들이 정말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1, 2월에도 온도가 35℃를 웃돌고 4월에는 한낮 온도가 45℃까지 올라간다는 열사의 나라 캄보디아는 국민 소득이 350달러밖에 안되는 빈민국이다. 관광객들이 가는 곳곳마다 햇볕에 그을린 검은 피부에 남루한 옷을 걸친 어린 아이들이 저마다 팔찌, 지갑, 부채, 열쇠고리 등 수공예품을 들고 '원달러', '원달러' 외치며 따라다닌다. 메콩강 흙탕물에서 고기 잡고 멱 감는 아이들, 물건 팔러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 곳 사람들은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묻어서인지 순수함도 느끼게 된다. 가난 속에서도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묻어나는 나라가 바로 캄보디아가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한 것은 행복지수가 OECD 34개국중 33위이고, 세계에서는 102위라는 우리나라에 비해 캄보디아의 행복지수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역시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정신적인 행복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예전 월드비전과 동행했던 아프리카 모잠비크 취재에 이어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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