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당진군 합덕읍 농가주택 화재사건은 3대에 걸친 한 가족이 생을 마감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아들로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아들 김모(40)씨는 아파트 근저당까지 잡히며 사업을 했으나 실패했고, 2억7700여만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은 채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거리가 없는 김씨는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 살았고, 이 때문에 부인 안모(41)씨와 생활고 등의 문제를 두고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김씨의 집에서 발견된 안씨의 일기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안씨의 일기장에는 “남편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다. 밤과 낮이 뒤바뀌어 있다. 경제적 문제로 어렵다”는 등 괴로운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김씨는 안씨와 '화약고'를 안고 살다 지난 1월 25일 오후 4시 20분께부터 한 시간여 동안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안씨의 피가 방바닥과 옷 등에 묻어있는 것으로 미뤄 주먹다짐까지 오갔고, 김씨는 결국 안씨를 목졸라 살해한데 이어 아들(9)까지 전깃줄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김씨는 살해안 아내와 아들을 자신의 승용차로 옮겼다.
당시 김씨가 아들을 옷으로 감싼 채 안고 계단을 통해 내려와 자신의 승용차에 실은데 이어 아내 안씨를 옷과 목도리로 얼굴까지 감싼 채 업고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와 승용차에 싣는 모습은 아파트 CCTV에 그대로 찍혔다.
이어 이날 오후 9시께 김씨의 승용차가 부모의 집 인근 마을 회관을 지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천안에서 아산으로, 신례원을 거쳐 당진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김씨는 통상 천안에서 당진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당진의 부모 집으로 오면서 많은 갈등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모의 집에 도착한 이날 오후 10시쯤 김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부모를 살해한 뒤 안방 부엌쪽부터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 부인을 나란히 눕힌 뒤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거듭하다 26일 새벽 1시50분께 안방과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고 말았다.
이는 화재 신고가 이날 새벽 2시5분께 접수된 점으로 미뤄 추정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나 제3자 개입 가능성 확인을 위해 일가족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가족인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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