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국민이 사회복지의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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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국민이 사회복지의 주체다

[NGO소리]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승인 2012-02-29 14:07
  • 신문게재 2012-03-01 20면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격랑들을 헤쳐 왔다.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민주화가 뒤섞이고 엉키면서 나름의 해법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뒤섞인 채로 무조건 내달리기도 했다. 흡사 널뛰기를 하면서 달려온 것 같은 역사적 흔적을 갖고 있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분야도 널뛰기의 흔적은 역력하다.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단지 몇 사람의 아이디어가 복지정책으로 채택된 경우가 허다했다. 국민이 배제된 복지정책도 적지 않았다. 계획만 있고 시행이 미루어진 것은 그보다 더 많았다. 그러니 사회복지정책이 국가계획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시골동네 아저씨들의 윷놀이 판보다도 못하다는 비아냥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역대 정권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승만 정부에서 복지는 아예 없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에 국력을 소모하고, 친일잔재들을 포함한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할 때였으므로 국민의 복지란 안중에도 없는 시기였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잘 살아보세'를 앞세운 적극적인 산업화 전략과 충성계층에 대한 특수직역연금 같은 제한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했지만, 철저하게 통치적 필요에 의해 설계된 당근으로서의 정책만 실시했다. 전두환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6ㆍ29선언과 함께 등장한 노태우 정부와 최초의 문민정부임을 앞세운 김영삼 정부는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다. 기왕의 생활보호제도에도 재정적 관심을 기울였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이 시기에 사회복지가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 시민사회세력과 노동자세력의 강력한 요구로 찔끔찔끔 도입한 것들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훨씬 심화되고, 무능한 국가경영으로 끝내는 국가경제를 거덜 내 버리는 파국을 초래했다.

김대중 정부는 국가부도사태의 극복이 최대현안이어서 IMF가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을 그대로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사회복지제도를 양적으로 확대한 면도 있지만, 일부의 복지개혁 조치는 자활을 강조한 '생산적 복지'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적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사회투자정책도 민간부문의 역할을 '참여복지'라는 이름으로 강조하는 등 신자유주의적인 그림자로부터 시원하게 벗어나지 못한 어정쩡한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성공시대'를 앞세우고 등장했다. 분배니 정의니 하면서 주춤거리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일거에 해소할 것으로 믿어졌던 이 정부는 뜻밖에 '능동적 복지'라는 낯선 개념을 들고 나와서 사회복지를 국민 개개인의 책임으로 확실하게 돌려놓아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의 개입이 미흡한 판이었는데, 그나마 있었던 지원마저 끊어버리거나 축소하는 조치를 용감하게 단행했다. 그리고는 일자리가 곧 복지라고 강조하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일자리들의 대부분이 기존의 비정규직보다도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가 걸어 온 사회복지의 역사를 요약하면 국가의 개입을 축소하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 몸부림친 역사처럼 보인다. 간혹 뻥튀기를 여러 번 반복한 것 같은 정책이 국민을 현혹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제한적이고 소극적이고 최저기준 중심이었다.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정권을 위한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득표나 정권의 이익이 목표인 복지는 이제 끝내야 한다. 권리로서의 복지가 보편화되어야 한다. 국민이 주체가 아닌 복지는 쇼(show)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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