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기름값은 서민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영업을 그만둬야 할 판이라며 한숨이고, 난방비 부담에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에 의존하는 서민들은 추위가 얼마나 남았을지 걱정이다. 비닐하우스 온도를 유지할 수 없는 농가는 아예 농사를 포기하거나 추위에 잘 견디는 작물로 품종을 바꿨다. 기름값을 잡겠다고 호언하던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기름값 고공행진이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음에도 외부영향 탓만 하며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태도에 서민들은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치솟는 기름값에 대해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한 그대로 정부는 쳐다만 보고 있다. 내놓은 대책이라고 해봤자 효과도 사라진 알뜰 주유소 확대, 비상상황 발생 때 전략 비축유 방출이 고작이다.
이 대통령은 “기름값이 상승하는 게 맞는지 다른 주위 국가들도 기름값이 우리처럼 오르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작년에 다 해본 일이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장부를 뒤지고 국제 유가와 국내 가격을 비교도 해봤지만 폭리를 취하는지 아닌지 밝혀내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달리 접근해야 한다. 바로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다. 유류세는 휘발유 판매 가격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손대지 않고 기름값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값은 리터당 74원, 소비자물가도 0.19%포인트 인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유류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느니,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느니 하는 정부 당국의 주장은 서민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대통령이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일을 없애겠다면 비싼 기름값을 잡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서민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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