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족보는 한 씨족(동족)의 계통을 기록한 책으로 같은 씨족의 시조로부터 족보를 만드는 당사까지의 자손들을 올리고 있다. 씨족은 같은 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 같은 지역 출신을 나타내는 본관이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므로 족보를 보면 동족과 가문의 뿌리는 물론이고 현재 같은 성, 같은 본관을 가진 사람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같은 동족이라도 얼마나 가깝고 먼지를 살펴볼 수 있다. 같은 성을 가졌더라도 본관이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본관 심지어는 중시조인 ○○○파까지도 살펴보았다. 특히 같은 성과 같은 본관(동성동본 同姓同本)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는 같은 친족이기 때문에 결혼이 엄격하게 금지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기 전에 동성동본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다가 성이 같으면 본관이 어디십니까? 저는 본관이 어디어디입니다 하고 확인하는 것이 다반사였고 본관이 같은 것이 확인되면 저는 ○○○파 입니다만 어느 파 이시지요?라고 확인 하면서 파까지 같은 것이 확인되면 같은 할아버지의 자손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하여 대단히 기뻐하곤 하였다. 같은 할아버지의 자손인 것이 확인되면 같은 할아버지의 몇 대손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각자의 이름 속에 담겨있는 항렬을 서로 비교해본다. 항렬은 같은 할아버지로부터 얼마나 내려왔고 나의 위치가 다른 친족과 비교하여 할아버지세대에 있는지, 아버지세대인지, 같은 세대인지, 아니면 윗세대인지 아래세대인지를 따져서 친족 내 에서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름을 지을 때 같은 세대에서는 이름자 가운데 한 자를 똑같이 정하여 쓰도록 해 위·아래 세대 또는 몇 대손이라는 것을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한글 이름을 선호하기도 하고 친족 내에서 정해져 내려오는 항렬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허다 하지만, 오늘 하루쯤 내가 어느 할아버지 자손이고 우리집안은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찾아 보는 것도 손해나는 짓은 아닐 것 같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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