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가 선거구 획정에 합의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되자 이경재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제공] |
여야(여기서는 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가 유리한 지역구를 살리고 불리한 지역구를 죽이려 한 부분은 이전 국회 때와 판박이였다. 차이라면 파주, 원주, 세종(신설)에서 1석씩 총 3석 늘고 남해·하동과 담양·곡성·구례 통폐합으로 2석 줄어든 디테일한 부분이다. 평균인구수의 ±50%와 같은 획정 기준은 개나 물어가라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 벼락치기, 후려치기 신공(神功)을 다시 봐야 했다.
마무리 신공의 아이디어는 날 저물고 갈 길 바쁜 중앙선관위가 제공했다. 절대 안 된다더니 '이번 총선에 한해'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하자는 권고안을 따른 것이다. 3-4+1안, 4+4안, +3-3안(3+3안) 등을 내리고 선관위 안인 3-2안으로 갈아탔다. 영·호남이 1석씩 줄었지만, 18대 국회 정수 유지 플러스 1석은 여야의 정치공학과 절묘하게 일치했다.
정치권의 치킨게임 와중에 세종시 지역구 신설은 정말 옥동자 탄생이었다. 그러나 천안을(乙)과 여주·이천, 수원 권선, 용인 기흥, 용인 수지 등 법에 따라 늘려야 할 지역구는 논의 자체에서 배제됐다. 늘릴 지역구(분구 8), 줄일 지역구(합구 5), 비례대표 축소(3)를 지목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8-5-3 권고안은 '존중'(공직선거법에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은 고사하고 일찍부터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나눌 곳은 나누고(=분구), 줄일 곳은 줄이는(=합구) 쉽디쉬운 초등생 공식이 난해한 고등수학 해법으로 둔갑한 건 다른 꼼수 때문, 경상도 2석을 줄이면 새누리당 손해, 전라도 2석을 줄이면 민주당 손해라는 팽팽한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밥그릇 챙기기가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밥상 뒤엎고 겨우 한 그릇 건진 거대정당들의 개념 없음을 탓하려는 것이다.
18대 국회에 의한, 19대 국회에 적용될 선거구에서도 인구의 등가성, 대표성 문제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타결의 접점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치적 아집과 이해득실 중간 어딘가의 지점이다. 일부 지역의 과대대표(over-represent), 반면 충청권 등의 과소대표 현상은 최소 4년 더 연장됐다. 2년 후 지방행정체제 개편 때 선거구 획정 재논의라는 화려한 치장까지 달았다. 그때는 가능할지, 긍정의 기운은 평균 이상이어야 솟구치는 데 지금 보는 고비용 저효율의 국회에서는 그게 우러나지 않는다.
비록 세종시 1석은 건졌지만 돌고 돌아 누더기로 변한 선거구 획정안을 보며 깨달은 것이 둘 있다. 법을 가장한 법의 부정, 배타적 지역대표성, 특정 세력에 유리한 게리맨더링 선거구를 긋고 공치사에 바쁜 정당들을 본 소감이다. 첫째는 '모든 정치는 지역문제에서 비롯된다'(All Politics is Local)는 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입법권) 맡기면, 정답은 '뼈만 남는다'는 것은 그 둘째다. 두 번째 느낌이 더 강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