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식]'팔방미인' 생활속 레이저 응용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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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식]'팔방미인' 생활속 레이저 응용 기술

[사이언스 칼럼]신동식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12-02-27 14:32
  • 신문게재 2012-02-28 21면
  • 신동식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신동식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신동식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신동식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레이저'. 참 많이 들어본 말이다. 구글에서 한글로 '레이저'를 검색하면 2000만개 이상의 검색결과를 내놓는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에 대한 검색결과보다 최고 4배나 많은 엄청난 정보량이다. 그만큼 '레이저'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레이저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숨겨진 레이저 장면들은 늘 과학적이지만은 않다. 일례로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라는 사이보그와 주인공의 결투장면에 등장하는 레이저 검과 각종 전투기들이 발사하는 현란한 레이저 빔은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보기 좋은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레이저 빔은 과학적으로 서로 충돌하지 않아 레이저 검을 이용한 격투 장면은 있을 수 없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막대기로 격투를 한 후 편집과정에서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했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레이저는 빈 공간에 산란되는 물질이 없으면 옆에서는 관측하기 어렵다. 우주 공간에서 전투기들이 쏘아대는 레이저 빔이 영화 장면과 같이 현란한 모습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외에도 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레이저 빔을 제작하려면 집채만 한 발전 장비나 레이저 기기가 필요한데 이를 소형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레이저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들은 거꾸로 대중이 레이저라는 기술에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영화만큼 화려하지 않은 레이저의 진면목은 산업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레이저 측량기술이 적용된 유로터널이 대표적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공사를 시작한 터널은 1990년 12월 1일 도버해협의 중간에서 중심선 편차가 불과 수평 35.8㎝, 수직 5.8㎝로 만났다. 현대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세계적인 토목공학 성과물로서, 레이저가 없었으면 이룰 수 없는 결과였다.

레이저 응용기술은 토목뿐만 아니라 건축, 군사, 자동차산업, 우주항공산업, 바이오 및 전자산업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는 레이저의 독자 기술력이 국력과 비례한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이 산업계에서의 레이저 적용을 위해 용접, 절단, 패터닝 및 표면처리 공정의 연구개발에 20년 넘게 매진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대중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레이저를 접하게 되는지 꼽아보자. 우리가 일어나자마자 확인하는 인터넷 정보들은 레이저를 이용한 광통신을 통해 가정으로 전달되고, 필요한 자료는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한다. CD-ROM이나 DVD 또한 레이저를 이용한 광픽업 장치를 통해 영화, 음악 등 숱한 정보를 담고 있다.

레이저 용접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며, 회사에서는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각종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주부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 계산대에 놓인 바코드 리더라는 레이저 기기를 만나며, 병원에 들러 레이저 시술을 받는다. 주름, 검버섯, 점 제거를 위한 피부과, 라식, 노안수술 등을 할 때는 안과, 물방울 레이저 치료 등이 쓰이는 치과, 그리고 레이저 수술을 하는 외과 등 레이저 치료 병원은 다양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유원지에서의 분수쇼, 음악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흔히 보는 레이저 쇼 등 우리의 여가 생활 속에서도 레이저는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생활 속의 레이저 기술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이다. 10년 전 한국기계연구원의 실험실 한 켠을 지키던 방 한 칸 크기의 4㎾급 레이저는 현재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다. 이제는 책상만한 크기의 레이저에서 4㎾의 레이저 빔을 쏠 수 있다.

레이저 기술은 1946년 1만8000개의 진공관으로 구성된 애니악 컴퓨터가 데스크탑 컴퓨터로 발전하는데 소요된 시간보다 더욱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컴퓨터가 랩탑에 이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듯이 레이저의 발전으로 일상생활은 더욱 진보된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레이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의식이다. 몇 년 전 딸 아이가 유치원 발표회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레이저 쇼를 하며 레이저를 아이들을 향해 직접 쏘는 것이 아닌가. 레이저 쇼에 사용되는 레이저는 가시광선으로, 아이들의 망막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산업계에서는 레이저 안전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기에 자칫 소홀하기 쉽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이다. 안전의식의 함양이 레이저 기술 발전의 밑거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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