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과 학과 생활, 대인관계 등 자녀의 대학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교수와 재학생, 교직원 모두 신학기 스트레스가 만만치않은 수준이다.
자녀 주위를 빙빙 돌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족' 부모가 자녀를 '대학생 왕따'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번주 개강하는 지역대학에 따르면, 학사 업무와 대학생활 등과 관련한 각종 업무를 놓고 새내기를 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간섭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헬리콥터 족'의 활동은 합격과 동시에 시작한다. 입학 전부터 강의실, 도서관, 기숙사, 학생복지관 등 캠퍼스를 구석구석 둘러보며 항의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A대학의 강의실 공사 책임자는 “최근 다짜고짜 와서 '당장 개강인데, 아직도 공사를 할 수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그 정도면 다행이다. 어떤 학부모는 하루에 여섯 번을 전화해 강의실과 도서관 등의 시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낼 정도”라고 말했다.
기숙사에서 탈락하면 난리가 난다. B대학 관계자는 “기숙사 민원이 너무 많이 기준에 따라 엄격히 적용해 공개한다”며 “하지만 떨어지면 학교까지 직접 찾아와 근거자료를 달라며 소란을 피운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과 조교들도 피곤하다. 수강신청 때는 특히 심하다.
수강신청에 간섭하는 건 기본이고, 학부모가 직접 신청하기도 한다.
과목을 선택할 때마다 해당 학과 조교에 '내용이 어렵냐', '교수 성향이 어떻고, 학점은 잘 주냐' 등을 일일이 묻을 정도다.
한 조교는 “직접 오는 부모는 자녀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엔 관심이 없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 위주로 물어본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거부감을 느낄 정도다. 헬리콥터족은 학과 조교나 일부 재학생을 통해 자녀의 선배가 될 재학생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주로 공부를 잘하고 학점을 잘 받는 선배를 수소문해 명단과 연락처를 파악하지만, 선·후배관계를 위한 기본적인 행사는 보이콧할 정도다.
2학년인 조 모(20)씨는 “개강 초 일부 학부모는 자식을 잘 부탁한다며 공부 잘하는 선배들에게 밥을 사기도 한다”고 했다.
모 대학 경제학과 학생회장은 “공식 행사인데, 어떤 새내기는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불참하고, 어떤 부모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모임장소까지 와서 데리고 간다”고 토로했다.
지역 사립대 한 교수는 “자녀가 하나이고, 대학생활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점도 이해하지만, 대학생이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책임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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