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한화이글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열린 오키나와 나하구장 전경. 한국야구에 높은 일본팬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구장이 관중으로 북적인다. [사진제공=한화이글스] |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 한국야구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선수를 보기 위해 직접 야구장을 찾는가 하면 구장 밖에서도 각종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K팝이 일본 열도에 일으킨 한류 바람을 프로야구가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국내 구단은 모두 5개 팀이다.
한화이글스를 포함해 삼성, LG, SK, 기아 등이 이곳에서 담금질이 한창이다.
국내팀이 경기 또는 훈련할 때에는 오키나와 현지인들로 구장 안팎이 북적인다.
한화와 SK 경기가 열린 지난 25일 구시가와 구장에도 일본인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사인공세는 물론 사진촬영 등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화 팬이라는 다케시 아케다(36)씨는 “오릭스와 지바 롯데에서 각각 뛰었던 박찬호와 김태균이 한화 선수인 것을 안다”며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도 친숙하다”고 한국야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훈련장 인근에도 일본인들이 어김없이 진을 치고 있다. 김태균 등 한화 타자들이 연습할 때마다 빨랫줄 타구를 날릴 때면 '와'하고 환호성까지 지르며 즐거워한다.
오키나와 한화전용 훈련장인 카데나구장에서 만난 다이다 스나오(56)씨는 “한국과 일본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에서 만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당시 한국팀 경기 모습에 매료돼 오키나와 한화 캠프를 찾았다”며 말했다.
국내 선수에게 '안녕하세요', '힘내세요'라며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던 오츠카(52·여)씨는 “일본 선수들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팬들에게 매우 친절하다”며 치켜세웠다.
국내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대단하다. 한화 선수단이 묶는 오키나와 코스타비스타 호텔 측은 선수들의 식단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치와 된장국은 물론 한국 선수가 즐겨 먹는 삼겹살과 쌀밥, 순대까지 내놓고 있다. 호텔 곳곳에 한화 선수의 사기 진작을 위한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오키나와에 대거 한국 프로구단이 상륙하면서 교민사회도 덩달아 신났다.
130만명 가량인 오키나와 인구 가운데 한국 교민은 600명 가량.
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고국인에게 진한 동포애를 과시하고 있다.
대전여고 출신이라는 민경자(69·여)씨는 “딸이 있는 오키나와에 휴가를 왔는데 한화이글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손자들과 경기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화 선수단에 경기 전 음식을 제공하는 김인옥씨는 “10년 전 천안에 살다 오키나와로 넘어와 식당을 하고 있다”며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아 힘든 줄도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일본 오키나와=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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