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구]일본도 중병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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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구]일본도 중병을 앓고 있다

[특별기고]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 계룡건설 명예회장

  • 승인 2012-02-26 16:32
  • 신문게재 2012-02-27 8면
  •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필자는 지난 19일부터 3박 4일간 일본 최남단 휴양지를 찾아 휴양 겸 일본의 현실 파악을 하고 돌아 왔다.

기후가 한국보다 좀 온난한 것 외에는 국내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일본은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한국보다 더 심한 중병을 앓고 있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정치=일본은 정체가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정치에 더 민감한 나라다. 집권당(연합)인 민주당, 제1야당인 자민당도 당내 결속을 못하고 파벌로 사분오열 되고 있으며 그 싸움은 공히 차기 집권을 장담할 수 없는 혼미를 계속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사회당, 공명당, 공산당, 일사당(日社黨)도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으며 그럴수록 사력을 다하여 시민의 홍보에 열중하고 있었다. 괄목할만한 것은 신생 민나당(우리당), 오사카 유신연합이 기세를 부리고 있으며 선풍을 일으키는 세력이 대단하다. 전자는 젊은 교수집단과 젊은 지식층의 참여와 지원을 받고 있으며, 후자는 젊은 40대 하시모토(橋下) 오사카시장이 주도하는 일본유신을 부르짖는 혁신당이다. 모든 정당은 올해 7월에 있을 내각개편이나 내년 봄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에 내놓을 정강정책과 복지 포퓰리즘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면서 신경질적인 정치투쟁에 나서고 있다.

유권자와 지식층은 과도한 공약남발로 어리둥절하거나 식상해하고 있다. 일본경제사정으로는 감내할 수 없는 선심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선심공약에 소요되는 예산 확보를 위하여 소비세(우리의 부가가치세)를 2배로 늘린다, 휴면예금계좌의 돈을 모두 국고로 환원시킨다. 공무원을 50% 감원시킨다, 부자세를 제정하여 부자에게 중과세를 실시한다는 방법론을 가지고 학계나 언론계에서는 끊임없는 토론회, 설명회견이 잇따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냉혹한 눈초리로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급격한 사회구조를 일시에 바꾸는 데는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 것이 일본 국민이기 때문이다.

▲경제=일본의 서민, 중산층, 기업인, 공무원, 언론계는 하나같이 지금까지 일본경제는 버블시대에 신음해 왔지만 이대로라면 수삼 년 내에 돌이킬 수 없는 극심한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서슴없이 혹평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의 일본무역수지는 15조엔(한국돈 약170조)적자를 시현했고 금년 1/4분기 전망은 그것보다 훨씬 높은 적자를 낼 것이다. 한국은 6개월~1년분의 비상원유저장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일본은 한달 분의 원유저장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저장시설능력도 없다.

이란사태로 원유 공급이 차단되면 일본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고 만일 이란이 호루무즈 해협을 봉쇄할 때는 일본 해군이 미군과 연합하여 파병을 공식화하고 대신 미국에 LNG 공급을 요청하고 있는 터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발전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51개 원자발전소의 거의 절반이 지금 가동 중단 중이다. 원자발전소의 시설안전수명은 30~40년인데 지금 안전검사를 받고 있으며 과학계나 시민은 수명이 다한 원전은 아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발전소의 신규신설은 각 지방사정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전국 전기 공급은 지역별 2시간 단전을 예외 없이 시행중이다. 올해 여름에는 전기 공급 대란이 엄습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세계에서 일본만이 향유하고 있는 조류발전의 적지(適地)가 산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발전은 조류발전에 국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산태안의 가로림만은 세계 최적의 조류발전적지인데도 현지 주민의 극열한 반대로 착공을 수년간이나 지연시키고 있는 것과는 퍽 대조적인 현상이다.

일본의 기업 공장들은 지금도 잦은 정전사태로 정상적인 가동을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잦은 지진과 해일 그리고 막심한 전력부족으로 일본 본토내의 공장을 한국, 중국, 동남아, 미주로 이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국으로 유명한 일본이 이제부터는 국내수요확보 정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미래 일본경제는 망치고 말 것이라는 자학적 체념이다.

▲사회=일본도 학교폭력예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회도처에 폭력을 수반하는 흉악범 사고로 신문의 사회면이 어지럽다. 미성년자(18세)가 어머니와 동생을 죽이고 유산을 독차지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일본 대법원의 “사형확정판결”이 내려졌다.

“미성년자를 극형에 처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너무 무리한 게 아닌가?”라는 반론도 있지만 대법원에서는 판결 전에 정확도 높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대다수가 “극형”을 선호했다고 판결문에 그 내용을 첨부하기도 하였다. “미래사회에 일벌백계의 훈시”라고 주장한다.

한국을 여행했던 사람들의 체험담을 실어 국영 NHK방송은 특집을 내 놓았다. “서울의 한국 사람들은 친절미가 없고, 일본사람이나 중국여행자들에게는 특히 불친절하고 조직적인 속임수(사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특별경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연간 20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들 관광객이 소중한 외화벌이 손님이라는 것을 장사꾼이나 당국에서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일본 왕이 심장 중수술을 받았는데 집도의료진의 전언에 따른 왕의 수술결과와 용태발전상황에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보도 하고 있다. 선량한 일본국민이 두 손 모아 왕의 쾌유를 빌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일본인들은 애국심이 살아있구나”하고 감동했다.

▲국제 감각=일본국민들은 안보문제에 관한한 절대우선을 두고 있다. 일본의 안보를 지켜주는 미국에 대한 신뢰와 우호성은 변함이 없다. 북한의 인권문제와 한반도의 안전에 대한 감각은 한국 편, 미국 편이다.

다만 오키나와 미 해병기지문제는 지방에서는 '이전'을 강력히 주장하지만 중앙정부(방위청)는 현실적 타결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의 어선 침공에는 한국의 그것과 같은 인식과 강력대책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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