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대기업, 골목상권과 KTX 운영권 장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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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준]대기업, 골목상권과 KTX 운영권 장악 안돼

[기고]이성준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2-02-26 13:18
  • 신문게재 2012-02-27 20면
  • 이성준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이성준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 이성준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 이성준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행보 가운데 대기업을 향한 경고가 주목을 끌었다. 재벌가 딸들을 중심으로 진출한 빵집과 커피전문점 등을 언급하며, 소상공인 전문 업종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의 호된 질책에 대기업의 철수가 잇따르고 있어 소상공인들에게는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빵집 등 서민업종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좌우하는 점에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진출은 삼가는 것이 옳다. 이 같은 대기업의 소상공인 전문업종 철수는 앞으로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한다. 이 대통령의 언급이 이를 넘어 대기업들의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욕을 높일 수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한다.

대기업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고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한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자본과 인적·물적자원을 바탕으로 서민 골목상권까지 침해한 경영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을 헛구호로 만드는 행태의 다름 아니다.

최근 이슈로 등장한 KTX 민간개방도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에 밀어주기 의혹을 살 소지가 있어 유감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언제나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 추진이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010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KTX의 당연 사업자로 코레일을 지목하던 국토해양부였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그것도 대통령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상태에서 KTX의 운영을 민간에게 맡기겠다고 말을 바꿨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전국의 철도노선 중 KTX는 유일한 흑자노선이다. 여기서 돈을 벌어 태백선과 경북선 등의 적자노선 운영비로 돌려쓴다. 적자노선 이용자에게 보편적 국민의 권리인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원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KTX 수익을 민간 기업이 챙기게 되면 적자노선은 정부 지원으로 메워야 한다.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만큼,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책의 타당성 조사나 기존 운영자와의 효율성 비교, 경영수지 측면에서 각종 시뮬레이션 검토없이 갑작스레 KTX 민간개방을 추진하겠다는 국토해양부의 입장에 대해 국민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편익과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데, 무조건 민간기업에 KTX 운영을 맡기겠다고 하니 대기업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것이다.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또한 KTX 민간개방시 운임20%가 할인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확인해 볼 사항이다.

20% 운임인하를 해도 고속철도의 운영이 가능하다면, 국민들은 적은 요금으로 KTX를 이용해서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20% 운임인하 주장이 거짓이라면, 이것은 민간기업에 KTX를 맡기려는 사탕발림에 불과한 것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KTX 민간 개방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세심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불어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대기업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을 갖고,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 방식의 참여는 대기업의 위상과 자세에 걸맞지 않다. KTX는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한 국민의 재산이다.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대기업이 와서 숟가락 하나 올리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은 '골목상권'과 'KTX 운영권' 등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쉽게 돈벌 수 있는 사업을 좇아다녀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해야할 일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했던 과거의 창업자 정신을 거울삼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 힘써야 한다. 지금은 대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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