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
본디 이 절기는 만물에 새싹이 돋고 겨울잠을 깨는 시점이자 농경준비를 하는 농민들에겐 더없이 희망찬 절기였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생동의 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 이맘 때 최대 이슈로 부각된 '구제역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이 전염병은 전국을 쓰나미처럼 휩쓸고 국가적으로는 천문학적인 재원낭비와 농민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영문도 모르고 살처분된 가축들이 무려 300만마리 이상을 넘어섰고, 매몰지는 4700여곳이나 됐다. 엄청난 속도로 전국에 번지는 전염병을 막기 위한 살처분의 속도는 그보다 빨라야 했다. 몇몇 곳은 매몰 지침에 따라 적합한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매몰된 가축의 사체에서 나오는 유해 침출수는 어림잡아 6000만가 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환경단체는 침출수의 지표노출 시 발생되는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창궐과 환경오염 등 다양한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이후 정부는 침출수가 하천 등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차수벽공사와 매몰지 유실에 대비한 차단용 콘크리트 옹벽설치를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그 유용성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침출수 유출에 대한 고발은 계속되고 있으나 속 시원히 대답하는 이는 찾아볼 수가 없다.
환경부가 지난해 4분기 전국 가축 매몰지 인근 300m 내 지하수 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1가량이 오염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그 오염정도가 축산단지 주변 지하수와 비슷한 수준이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후 11월에는 매몰지 중 절반에서 침출수 유출이 있다고 다시 발표해 논란을 부추겼다. 소값 폭락으로 인한 사체 방치도 문제다. 사료값을 감당치 못해 굶겨죽인 소들과 살 사람이 없어 안락사시킨 송아지들 역시 적합한 매몰절차없이 땅에 묻혔다. 더 충격적인 것은 최근 불법도축으로 인한 각종 부속물들이 국토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도축비와 운송비의 합이 저(低)등급의 소값과 맞먹으니, 파산 위기에 몰린 업자들의 입장에서 불법 도축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지도 모른다.
해빙이 시작되면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다. 다행히 얼마 전 국내 모 방수업체와 대학연구팀에서는 '그라우팅 방수공법'을 활용한 가축 매몰지 침출수 차단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획득해 화제가 됐다. 이는 매우 주목할 일이지만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이미 모든 매립지에서 사체의 부패와 오염물 유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예방책과 관리 방안이 아쉽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강국이며 높은 수준의 지적측량과 3D GIS(입체공간정보시스템)기술과 선진 지적제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공간정보시스템(GIS)은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유망 산업으로 측량, 환경, 교통, 물류, 재난관리 등 많은 영역에서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정확한 지적도면을 바탕으로 높이와 경사도, 식생 및 주변 지형지물 등을 좌표값으로 변환 후, 3차원 디지털 매핑기술을 이용해 DB를 구축한다면 활용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렇게 지적(地籍)과 GIS기술을 융합해 매몰지의 정확한 위치를 측량한 후 연속지적도면과 현황선을 중첩해 3D로 구현할 수 있다면, 침출수의 하천 및 지하수 침투 경로예측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시간가면 다 잊혀질게야.' 이는 우리 국민의 품성이 매우 온화하고 포용력이 깊음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나 이젠 농민과 국민들의 품성에 기대어 세월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발 빠른 조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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