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기업 ‘기술 보안’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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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역기업 ‘기술 보안’ 강화해야

  • 승인 2012-02-21 19:04
  • 신문게재 2012-02-22 21면
대전지역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기술 유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애써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퇴직사원이 기술을 빼돌리거나 거래업체가 다른 기업에 기밀을 파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대전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기술 유출 사건도 퇴직사원과 납품업체가 연루돼 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우리 육군의 주력인 K-1전차의 설계도가 미국으로 유출돼 충격을 안긴 게 얼마 전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애국심도 양심도 팔아넘기는 세태가 안타깝다.

범인들이 빼돌린 기술은 ‘피니언 기어’와 ‘임펠러’로 터보 압축기를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국내에 2곳 밖에 없는 기술로 이 기술을 넘겨받은 사람은 터보 압축기를 제작해 베트남으로 수출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이 기술 유출로 업체가 입은 피해가 5년 간 1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것만 봐도 피해가 막심하다.

문제는 이 같은 기술 유출이 급증하는 현실이다. 대전에 산재한 제조업체 같은 중소기업이 특히 취약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유출 10건 중 9건이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작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대기업은 5581억 원인 반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피해액은 5조755억 원에 달한다.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대기업에 비해 약하고 보안시스템 구축에도 부담을 느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늦기 전에 중소기업들은 소중한 기술이 빼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 한 건의 기술 유출이 기업의 존립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다. 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과 노력 이상으로 이를 지키는데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술 유출이 대부분 전·현직 사원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인력 등의 보안관리 강화가 필수적인 대책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보안시스템 구축에 대해 자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가능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처벌수위도 높여 대응하는 한편 다른 기업의 기술을 빼내 짝퉁 제품을 만들어 파는 불공정 기업은 제품 생산과 수출입을 차단시켜야 한다. 그것이 기술 유출 피해기업을 구제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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