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이 육군전차의 설계도를 유출해 검찰에 적발된데 이어 전직 직원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 담긴 도면을 경쟁회사에 빼돌렸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등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일부의 '눈 먼 욕심'에 희생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외사계는 21일 전직 회사의 기술력을 경쟁업체에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장모(48)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1989년부터 2007년까지 대전 대덕구의 A 회사 기술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사의 영업비밀인 터보압축기 핵심기술 '피니언기어 도면'을 동종업체 대표인 박모(48)씨에게 누설한 혐의다.
장씨는 2007년 회사를 퇴직하면서 평소 친분이 있는 동종업체 박씨에게 도면, 기술력을 빼돌린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또 A회사에 '임펠러'를 납품하던 중소기업 대표 권모(48)씨도 터보압축기 핵심기술 도면을 박씨에게 제공한 혐의다.
박씨는 지난해 7월 피의자 장씨, 권씨로부터 건네받은 설계도면을 이용해 터보압축기를 제작, 지난해 9월 30일 부산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하려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같은 기술력 유출로 A사가 입은 피해만 5년간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피해회사가 보유한 터보압축기 핵심기술은 산업분야에선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귀한 기술력이란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A사의 터보압축기는 철강제조설비, 조선소 등에 활용되는 산업용기기로 국내에 이같은 기술력을 보유한 곳은 2곳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니언기어는 동력전달 장치로 범용기어는 1분에 2만번 회전하지만, A사의 기어는 1분에 5만번 회전하는 중요한 기술력이다.
이에 앞서 대전지검도 지난달 30일 육군의 주력전차인 K-1 전차 설계도를 무단 유출한 혐의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B(55)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2010년 5월말 K-1 전차 관련 설계도 등을 미국 모 업체에 국제우편으로 보내 준 혐의다.
B씨는 당시 K-1전차 내구도 시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설계도 등을 취득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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