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의 훈장은 책을 암송하도록 학생들을 지도 했다. 훈장의 가르침에 따라 정해진 책 한권을 다 떼면(책 한권을 암송하고 그 뜻을 익힌 것을 책을 다 보았다고 한 것이 아니라 책을 다 뗐다고 했다), '책거리'라는 의식을 행했다. 책거리라는 의식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책 한권을 다 뗀 학동들의 마음은 뛸 듯이 기뻤을 것이다. 그 성취감은 어느 일에 견줄 수가 없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누구나 책을 한권 읽고 나면 그 희열은 그 어느 것과도 비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희열과 성취감을 훈장은 물론이고 서당의 동학들과 함께하고 싶었을 것이다. 집안에서는 자식공부가 날로 성장하는 일을 바라보면서 뿌듯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떡을 비롯한 음식들을 정성껏 장만해 훈장의 가르침에 보답도 하고 책 한권을 다 뗀 자식의 대견함을 칭찬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도록 격려도 하고, 자랑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렇듯 책 한권을 다 뗀 학동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여 훈장님뿐만 아니라 서당의 동학들과 함께 나누고 앞으로 더욱 많은 책을 읽어서 꿈을 키워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의식이 바로 '책거리'였다.
책 한권을 다 뗀 학동이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훈장이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한권 다 뗀 학동이 나라와 겨레의 훌륭한 동량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직접 책거리 상을 차려내어 격려하기도 했다. 어떤 서당에서는 책거리를 할 때 음식을 차리는데 쓰는 '책거리 상'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은 여름에는 반딧불을, 겨울에는 흰 눈을 등불 삼아 삶의 슬기를 일구어 왔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서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책을 열심히 읽을 일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