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과 일선 학교 모두 '12년 전 실패한 정책'이라며 사실상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마찰까지 빚어질 분위기다.
김신호 대전교육감 역시, 이달 초 담임을 이원화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일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복수담임제 운영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복수담임제는 2명의 담임교사가 학급 운영방법 등에 대해 서로 협의하고 책임을 지는 제도다.
우선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초교와 고교는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30명 이상인 학급이며, 특히, 2학년에 우선적으로 복수담임을 배치할 방침이다.
2학년이 학교폭력에 취약하다는 점과 2학년의 학교폭력을 근절하면 선·후배로의 파급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정규 교사가 우선 담임을 맡고, 복수담임이 지정되지 않은 학급에는 원칙적으로 정규교사, 경력 교사를 배치한다. 현재 담임을 맡지 않은 교사 중 일부를 담임교사로 추가 지정하며, 학교 여건에 따라 보직교사, 기간제교사 등도 복수담임 지정할 수 있다.
1명의 담임이 학급운영과 생활지도를 맡으면, 또 다른 담임은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1명의 담임이 전체적인 학급관리를 담당하면 다른 1명은 소위, '문제 학생' 관리와 생활지도, 상담 등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으로 의욕적으로 내놓은 핵심 사업이지만, 일선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효율성 문제로 인해 이미 폐기된 정책이라는 점 때문이다.
서구의 A 중 교장은 “복수담임제 한 적 있다. 이론상으로는 잘하면 부담도 덜고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효율성으로 봐선 교원 대부분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급이 많아 교감 2명이 있는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B 교장은 “학력 신장과 잡무, 인성교육 등의 담임을 나눠서 한다고 하는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교감이 2명이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 부족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유성구 C 중 교장은 “교사도 모자란 데, 복수담임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30명이 넘는 학급이 있지만, 우리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구 D 중 교감 역시 “우리 학교는 교사 80명이 54학급을 맡고 있다. 복수담임제를 정식으로 시행하려면 108명이 필요하다”며 “시행 공문을 봐야겠지만, 1999년에 잠깐 시행했다고 곧바로 폐기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엄청난 부작용 때문에 폐기 처분되었던 복수담임제를 추진하다니 기가 막히다. 현장 교원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수렴하긴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교과부 정책인 만큼, 시행 후 문제점을 보완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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