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기술개발부장 |
의료적으로 활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종류는 무척 다양한데, 이는 각각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세기가 다르고 시간에 따라 그 성질을 잃어가게 되는 반감기 특성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특성에 따라 선별해서 동위원소의 활용분야가 정해지는데, 그 사용량으로 보면 테크네튬-99m라는 원소가 무려 80%가량으로 단연 압도적이다.
테크네튬-99m 반감기가 7시간으로 매우 짧고 방출하는 감마선의 세기도 약한 특성 때문에 핵의학 진단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테크네튬-99m는 천연 원소가 아닌 인공 원소이고 만드는 과정도 제법 복잡하다. 테크네튬-99m 생산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천연 원소인 몰리브덴-98에 중성자를 쏘여 방사성 동위원소인 몰리브덴-99를 만든 뒤 몰리브덴-99의 붕괴 과정에서 생성되는 테크네튬-99m를 추출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 생산법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 몰리브덴-99를 분리해서 테크네튬-99m를 얻는 것이다. 두 생산법 모두 몰리브덴-99라는 중간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중 우라늄을 이용하는 방법이 한 번에 많은 양의 테크네튬-99m를 얻을 수 있어 국내외의 많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현재 국내에는 우라늄을 이용해서 몰리브덴-99를 사용하는 생산 기술이 없어 캐나다와 네덜란드의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산한 몰리브덴-99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와 네덜란드의 두 원자로가 모두 건설한 지 50년이 훨씬 넘어 2007년 무렵부터 고장과 정비 등으로 불시 정지가 잦아지면서 테크네튬-99m의 수급 불안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0년에는 이들 두 나라의 원자로가 동시에 정지되면서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의 암 환자들의 핵의학 영상 진단 치료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테크네튬-99m(몰리브덴-99)를 비롯한 주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국내 수요분을 자급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용 원자로인 '수출용 신형 연구로'를 2016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들어설 신형 연구로는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전력용 반도체 생산 전용으로 활용됨으로써 몰리브덴-99 뿐 아니라 요오드-131, 요오드-125 등 주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와 이리듐-192 등 주요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국내 수요분을 100% 공급하고, 남는 양을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신형 연구로가 완전 가동되고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및 판매 체제가 구축되는 2021년이면 동위원소 수입 대체 금액이 연간 100억여원, 수출액은 연간 약 45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수익 창출보다 중요한 것은 물론 동위원소의 완전 자급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이다.
신형 연구로를 건설하고 이를 잘 활용하려면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몇 가지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를 자체 설계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일부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해온 경험과 기술력이 있으므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방사성 동위원소. 그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 원자로와 우라늄이 활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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