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비 덜 된 주5일 수업

  • 오피니언
  • 사설

[사설]준비 덜 된 주5일 수업

  • 승인 2012-02-19 17:14
  • 신문게재 2012-02-20 21면
대전·충남의 초·중·고교 대부분이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게 된다. 전면 도입이라고는 하나 새학기가 불과 1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된 주5일제를 맞게 됐다.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주말 근무 가정 등의 '나홀로 학생'들이 가장 걱정이다. 단편적인 조치로는 부작용을 메울 수 없다.

시급한 것은 교육 양극화에 대한 대안 마련이다. 현재의 시·도교육청에 대한 특별교부금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는 그동안 충분한 준비를 못했던 탓이 크다. 2006년부터 월 2회 '놀토'로 불리던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해 온 경험도 살리지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이한 발상도 문제다. 주5일제 전면 수업 대책을 토요돌봄교실 확대 등 '놀토'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상 정확한 수요 조사도 없이 시행되는 주5일제는 본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이 앞선다. 주5일에 어떻게 할까, 무엇으로 시간을 메울까로 변질되는 건 아닌가. 여가선용의 기회 및 삶의 질 확대라는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방향성이 틀렸다. 우리보다 먼저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교육 선진국 사례와도 차이가 많이 난다. 이제부터라도 준비를 잘해 스포츠와 음악활동 등 토요 프로그램을 알차게 만들어야 한다. 가뜩이나 복잡한 교육을 더 복잡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주말 비용의 과도한 지출로 경제적 압박으로 돌아올 뿐인 정책이 되어서도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주5일제의 귀결이 토요일 사설학원행이 된다면 이는 곧 정책 실패를 의미한다. 별도의 교육비 부담은 심각한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할 요인으로 잠복해 있는 셈이다. 지역 내 격차는 물론 도시와 농촌의 학습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생겼다. 자칫하면 계층 간, 지역 간 문제로도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주5일 수업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치밀한 대안 없이 밀어붙인 교육정책의 피해가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향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책임주체는 국가와 교육청과 학교지만 지역사회의 프로그램 개발 등 사회 전체의 노력이 모아졌으면 한다. 모두 행복한 주5일 수업이 아니라면 시행 의미가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철도지하화 선도 사업 첫 타자 '대전 조차장역' 선정
  2. 설동호 교육감, 국회 교육위 출석해 사과… 질타 잇따라
  3. 무기력·신분불안 느끼는 교사들 "교사 의견 수렴 없이 졸속·탁상 대책 마련하고 있어"
  4. 대전 건설업체 2024년 기성실적 3.4%↑
  5. '사교육카르텔' 교원 249명 문항거래로 213억 챙겨…대전서도 2건 확인
  1.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2. 대전 초등생 사건 본질과 무관한 신상털기·유언비어 잇따라
  3. 교육부 대전교육청 감사… 긴급 분리·조치 등 신설 골자 '하늘이법' 추진
  4. 80돌 맞는 국립중앙과학관 2025년 전시·체험·강연 연간일정 공개
  5. 대전소방, 대전시립박물관 화재안전 점검

헤드라인 뉴스


교육부 교원 벽 높이기 검토… 졸속 대안에 임용 준비생 혼란 우려

교육부 교원 벽 높이기 검토… 졸속 대안에 임용 준비생 혼란 우려

대전 교내에서 발생한 초등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교원 임용시험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교육환경 체질 개선이 아닌 채용의 벽을 높인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구체적인 계획과 설명도 없어 임용 준비생들의 불안감이 가중돼 오히려 교원 기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故 김하늘 양 사건 이후 교육 현장 안전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전 초등생 사망 대응 방향'을 18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저연령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특수 직군이라는 점을 들며 교원 양성 단계에서 교직적성 및 인성검..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씨 목원대 명예졸업 "빛나던 열정 기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씨 목원대 명예졸업 "빛나던 열정 기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박가영씨가 동기들과 함께 졸업의 순간을 맞았다. 패션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던 꿈 많던 대학생은 이날 학사모를 쓰지 못했지만, 그가 사랑했던 캠퍼스는 빛나던 열정을 기억하며 명예졸업을 선사했다. 목원대는 20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갖고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박가영씨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다. 참사 가영씨는 당시 목원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올해 23세가 된 그의 동기들은 졸업을 한다. 가영씨는 중학교 시절 TV에서 목..

"충남·세종 건설공사 기성액 늘었지만 중소건설사는 난항 지속"
"충남·세종 건설공사 기성액 늘었지만 중소건설사는 난항 지속"

2024년도 세종과 충남 건설공사 전체 기성액이 2023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 건설사들의 약진이 반영된 결과로,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9일 대한건설협회 충청남도회·세종시회에 따르면 충남 지역건설사의 전체 기성액은 지난해 4조9448억원 보다 2389억(4.8%) 증가한 5조1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충남의 경우 경남기업(주)이 3869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활림건설(주)이 1922억원을 신고하며 2위, 해유건설(주)이 1870억원을 신고하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오고 있어요’ ‘봄이 오고 있어요’

  • ‘해빙기, 위험시설물 주의하세요’ ‘해빙기, 위험시설물 주의하세요’

  •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