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제(84)·주신옥(80)씨 부부는 17일 만세보령장학회에 현금 5억 원과 10억 원 가치의 부동산 기부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것을 평생 한으로 여겼던 부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 부부가 쾌척한 돈에는 두 사람의 땀과 눈물이 스며 있다. 목재소를 운영하면서 '짠돌이'란 주위의 놀림을 들어가며 모은 평생의 땀방울이다.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하지만 부부는 우리 사회의 참된 스승이다. 이보다 훌륭한 귀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시골학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장학금의 의미는 크다. 시골의 상당수 청소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육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수업 후 거의 홀로 지내기 일쑤이고 경제적 사정으로 상급학교 진학에도 애를 먹는다. 기초생활 가구의 3명 가운데 2명이 중학교 졸업 이하이고, 중·하류층 10명 중 3명은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조사도 있다. 부부의 장학금은 청소년들이 꿈을 일구는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지역인재를 위한 투자가 지역에 미칠 유·무형의 가치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는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가져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도 기부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기부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못 미치고 특히 부유층과 기업의 기부는 매우 인색한 편이다. 기부금을 내는 주된 계층이 중간소득층이라는 통계 결과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사회적 혜택을 많이 받은 고소득층들이 기부 운동에 더 솔선해야 우리 공동체가 한결 살맛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자신의 편안한 노년을 위해 쓸 수도 있는 거액을 쾌척한 부부를 보면서 우리가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것은 나눔 문화 확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보령 노부부의 장학금이 마중물이 되어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미래의 동량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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