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 '골 때리는' 뇌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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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토크] '골 때리는' 뇌구조

  • 승인 2012-02-19 14:02
  • 신문게재 2012-02-20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좋으면 믿고 싶은 '뇌구조'. 깨달음도 믿음도 아니다. 나쁘면 과감히 버리면 그만…”

스마트폰 어플로 뇌구조를 들여다본다. 입력된 정보와 명령에만 반응하는 테스트를 믿을 근거는 약하다. 어느 날은 '돈', '애인', '외모'였다가 어느 날은 온통 회색빛 '신세한탄'이다. 복잡한 신경세포가 형성하는 네트워크를, 아니 인연이나 운명이 있더라도 이름 석 자 넣는 어플이 그 비의(秘義)를 눈치 챌 리 없다.

키는 안 자라도 뇌는 자란다. 이 말을 믿고 따라하는 방법이 있다. 눈 감고 밥 먹기, 귀 막고 계단 오르내리기, 목적지에 빙빙 돌아가기, 왼손으로 차 마시기, 낯선 슈퍼마켓에서 장보기 등등, 머리 좋아지는 습관들이다. '다리 열 개를 자유자재로 쓰는 오징어보다는 나아야지' 하면서 잘 안 쓰는 쪽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익숙함은 뇌를 단순하게 한다. 코 막고 차 마시기는 후각과 미각으로 뇌를 교란할 목적이다. 쉬운 방법으로 <문화토크>라도 낭독한다면 시각과 청각을 함께 자극해 뇌 건강에 좋다. 이렇게 진짜 관심사는 두뇌 활동이면서 장난 수준의 뇌구조 탐색에 관심이 가는 건 또 뭔가.

이것은 '각(覺)'의 세계도, '신(信)'의 세계도 아니다. 재미있고 기발해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라마 주인공과 이슈 인물의 뇌구조가 생성되고 있다. 대개 부분적인 특징이 부풀려지는데 '퇴근 생각'으로 꽉 찬 직장인 뇌구조가 그런 경우다. 관등성명(이등병), 삽(일병), 서열 가늠 중추(상병), 카운트다운(병장) 등의 군인 뇌구조는 공감을 기반으로 했다.

그런데 남자의 뇌구조는 좀 가혹하다. 섹스가 중심부고 위험한/어리석은 추구, 엉성한 변명선(腺), 사타구니 긁적이는 신경, 거짓말과 과장 충동이 주변부다. 여자 뇌구조는 약속 중시 반구를 전화 및 수다 능력, 우유부단 핵, 쇼핑 좋아하기 센터, 질투신경 중추, 의복과 구두 핵이 에워싼다. 유머 차원이긴 하나 공통화된 욕구와 일상이 숨어 있다.

뇌구조에 맞고 틀릴 가능성과 개연성은 언제나 있다. 틀려도 '능력자'로 나오면 그날 능력자로 변신해 보거나 '다툼'으로 가득 찼다면 다툼을 피해 가면 좋다. '하루 한 번 성취감 맛보기' 용도라 해서 손해 볼 일 아니다. 생각 조절, 감정 조절, 충돌 조절로 쓰인다면 최고의 활용이다. 반면에 뇌구조 갖고 스트레스 받기처럼 멍청한 짓도 없다. 하긴 짧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뇌력 향상에 이롭다. 길고 무거운 스트레스가 해롭다.

인생의 방향감각이 뒤죽박죽이고 뭐 하나 딱 떨어지지 않는 날, 예외적으로 뇌구조와 마주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노을이 막 질 무렵 찍어본 뇌구조가 꽉 찬 '황금두뇌'라면 희열감에 젖자. 반드시 혼자만이어야 한다. '바람피기'라며 바람을 실현시켜선 안 된다. 다이어트 기준치를 넘겼다고 '에라, 버린 몸' 하고 더 먹는, '역규제적 섭식 경향' 같은 건 없어야 한다. 과음과 과식처럼 과신은 나쁘다.

과신한다면 톡톡 튀기만 하는 '팝콘브레인'으로 뇌가 바뀔지도 모른다. 뇌구조 개발자마저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없는 단순 재미용”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약속한다. 많은, 기다리는 사람들 덕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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