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승]다문화 시대의 반(反)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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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승]다문화 시대의 반(反)다문화

[중도춘추]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 승인 2012-02-16 14:28
  • 신문게재 2012-02-17 20면
  •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숫자가 2011년 현재 140만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2.7% 정도가 되었고 다문화가정 자녀도 15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거주로 인한 다문화 추세는 이제 우리사회에서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현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거부하는 모습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30대의 귀화 여성이 부산의 한 공중목욕탕 출입을 거부당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피부색이 달라 에이즈 감염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여성은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한국인임을 증명했지만 소용없었다. 외국인,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방글라데시계 다문화 가정 어린이인 이스마엘 우딘 군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됐다. 같은 학교 학생들은 '반에서 가장 재수 없는 아이'로 이스마엘을 지목했고 항의하는 그에게 돌아온 건 또래 아이들의 발길질 세례였다. 이후 이스마엘은 온종일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심지어는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까지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앞의 목욕탕 사건 이후 당사자와 인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귀화 여성과 인권단체에 항의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이들은 “한국에 인종차별이 어디 있느냐”며 “외국인이 똑같은 대우를 원해서는 안 된다”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외국인 거주자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은 1980년대 이후 중소기업의 노동력 부족을 외국인력의 유입으로 메우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1990년대 들어오면서 농촌의 시골총각과 결혼하는 조선족 및 고려인 여성, 베트남과 필리핀 여성이 늘어나면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기대 때문이다. 마치 1950년대와 60년대에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갔듯이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따라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불과 50년전의 우리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의 700만 동포들도 같은 경험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역지사지(易之思之) 측면에서라도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최근에는 반(反) 다문화 단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은 인종차별 국가가 아닌데도 불필요한 법을 만들어 외국인과 내국인의 대결구도를 조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혜성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한국인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1년 현재 이러한 반(反) 다문화를 내건 카페가 10여개에 이르고 회원 수만도 7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 무공훈장을 달라.” 작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의 폭탄 테러와 노동당 캠프에 참석한 청소년을 상대로 한 무차별 총기난사로 77명을 살해하는 '노르웨이 학살'을 일으켰던 극우인종주의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며 한 말이다. 그같은 극단적 인종주의가 한국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인종과 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적인 통합을 가져오는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과 인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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