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가 말 그대로 '관리'되고 있기는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허술했으니 보물급을 포함해 1만점에 가까운 문화재가 종횡무진 털리도록 방치됐다. 훔친 고문헌 등 장물이 대학에 버젓이 위탁·보관된 '굴욕'은 깊이 자성해봐야 한다. 훔치고 보관되고 시중에 유통된 전 과정에서 실제 이뤄지는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엇박자인지 가히 짐작된다.
그동안 인력이나 예산 타령을 하는 사이, 문화재 사범들은 이렇게 대담해졌다. '홍치6년 분재기'와 같은 보물급까지 떡 주무르듯 훔치고 맡기고 사고팔았다. 관리의 현실적 한계를 역이용해 문화재가 송두리째 유린당한 셈이다. 특히 도난 발생 빈도가 높은 고택, 사당 등의 문화재 관리에도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이들은 법의 허점도 노렸다. 관련법상 손상이나 은닉 등의 공소시효 10년이 완성되도록 보관할 생각까지 했다. 문화재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연장하든 폐지하든 입법적 손질이 꼭 필요해 보인다. 문화재의 중대성에 비춰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 없어야 한다.
다른 법과의 형평성도 있고 이를 다소 보완할 장치가 있다고는 취약점이 많다. 대대로 물려줘야 할 유산이고 귀중한 사료 아닌가. 경제활동의 자율성을 강조한 현행 문화재 매매에 대한 기준에도 불법유통을 부르는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느슨하게 대처하다간 이보다 더 지능화, 전문화된 문화재 절도와 밀거래 사례가 발생한다. 관리나 매매 모든 면에서 문화재는 예외적이어도 괜찮다.
또한 털면 털리는 사당, 고택, 사찰 소재 문화재에 대한 관리, 문화재 위탁·보관의 커다란 구멍도 시급히 메워야 하겠다. 최근 대학 도서관 고서실에 도난을 우려해 고문헌 등을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대학 도서관이 10년 동안 안전한 장물 보관소로 악용된 것은 생각할수록 도가 지나치다. 관리 부실이 낳은 합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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