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문중, 재실, 사당 등지에서 훔쳐 시중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검거된 가운데 15일 오전 대전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압수한 문화재를 공개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수십년 전부터 보물급 문화재를 훔쳐 대학에 보관하다 공소시효가 끝난 후 유통시킨 문화재사범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과 문화재청은 15일 보물급 문화재를 숨기고 유통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A(6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시가 50억원 상당의 보물급 문화재 9415점을 불법으로 은닉,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문화재를 절도한 B(61)씨는 공소시효(10년)가 만료돼 처벌을 못하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장물범인 A씨는 관리가 소홀한 사당, 고택에서 훔친 문화재를 절도범에게 구입 후 경북 일원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 위탁, 보관하는 방법으로 숨겨왔다.
공소시효가 만료되기를 기다렸다가 문화재 매매업자 C(53)씨에 1억5000여만원을 받고 장물을 양도했다.
또 C씨 등 2명은 문화재가 장물임을 알고도 구입후 다수의 불상자에게 장물을 양수·양도·은닉해 문화재의 효용을 해친 혐의다.
불법 은닉, 유통된 문화재는 수억원 상당의 홍치 6년 분재기(재산상속문서), 한강정구 선생 교지 등 1만여점이다.
이들은 문화재 절도죄 공소시효 10년이 지난 후 유통하는 수법으로 범행이 이뤄져 시간 경과로 처벌이 어려운 점을 악용했다. 또 10년간 훔친 문화재 은닉장소로 경북소재 한 대학 도서관을 택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대학측은 단순히 학술용으로 보관했고 문화재사범 일당과는 연관이 없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국립민속박물관에 장물인 문화재를 팔기위해 신청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 문화재청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고서 804점, 고문서 3655점, 목판 100점 등 4559점(시가 20억원)의 문화재를 압수조치했다.
안태정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문화재 도난시점이 약 20년이 지난 사건으로 피해자, 후손들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경로에서 파악된 문화재 관련 용의자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화재 절도 사범을 근절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이 압수한 홍치 6년 분재기는 현재 보물급으로 지정된 재령이씨 영해파 종가 분재기보다 연대가 앞서 보물급으로 감정된다. 한강정구 선생의 교지도 임진왜란 전후 작성된 것으로 400여 년이 넘어 중요한 자료로 분류된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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