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대학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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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대학을 믿어라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2-02-15 14:24
  • 신문게재 2012-02-16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신학기를 맞아 대학 등록금 얘기가 사방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각 대학이 합격자 발표를 하면서 신입생들에게, 또 새학기를 앞두고 재학생들에게 등록금 고지서를 발송했다. 신문 보도를 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5% 내외에서 등록금을 인하했고 10~20% 정도의 장학금 확충방안을 세워 사실상 10% 정도의 인하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같은 인하폭은 지난해 '반값 등록금'이라는 일부 정치권의 선동적 발언에서 비롯된 등록금 인하 논쟁과 관련한 학생·학부모의 기대심리에는 훨씬 못 미치는 비율이기 때문에 일부 언론이나 사회단체에서는 '생색용'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부 수도권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생회를 중심으로 계속적인 등록금 인하 요구 투쟁을 벌이는 곳도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신학기 학교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 삭감을 각오하고 또 비용지출의 우선권을 학생들의 학비 감면으로 돌려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안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칭찬은 커녕 사방에서 비난의 질책만 더 커지니 적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대학정책을 리드해야할 국립대학들이 제구실을 못한 책임도 있고 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학으로 지칭되는 몇몇 거대 사립대학에서 조차 여러 가지 비리행위가 끊이지 않아온 책임 등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남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당연히 우리같은 지방의 중소대학도 그 책임의 일부를 지고 뼈아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겨울 내내 보직 교수들과 함께 이 문제를 거듭 논의했다. 사실 경제침체를 감안해 지난 3년간 등록금 인상을 동결해온 우리 대학의 입장에서는 올해는 다소라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또한 학부모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라도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찬성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자는 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았다. 자칫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학업의욕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고 잘 하는 학생들에게 더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합의본 사항이 장학처의 신설이었다. 학생처의 일개 과 규모로 있던 장학 업무의 확대 개편은 보다 체계적인 장학정책을 세워보자는 의도에서 였다. 정말 등록금 내기가 어려운 형편의 학생인지, 기타 다른 분야의 장학을 위해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인지 등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장학제도를 수립해 꼭 필요한 학생에게 정확하게 장학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두 번째로는 장학금을 대폭 확충해 지난해보다 70억원을 늘린 2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돈만으로도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상인 34%가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그렇게해서 2015년까지는 말 그대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 구체적 실행계획을 신설된 장학처에서 마련할 것이다.

대학의 장학금이란 그 액수도 중요하지만 사전적 의미대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고,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는 더 잘하라고 격려해주는 공부의 요술방망이가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이라는 구호성 외침보다는 개개의 대학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사실 앞으로 등록금 문제는 온 사회나 정치권이 걱정할 그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고교졸업생 수가 대학입학 정원에 미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도 잘 안되고 교육환경도 좋지 않은 대학에서 등록금만 높게 받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다름 없을 것이다. 굳이 정부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운운하기 전에 대학 스스로가 잘 판단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오늘날 대학은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다. 그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대학들은 대학의 양심과 정의에 입각해 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부는 타율의 몽둥이를 치세우기 보다는 세밀한 기준과 엄격한 감독을 통해 국민이 대학을 믿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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