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파레토의 법칙은 같은 의미이지만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되어 사용되고 있다. 첫째는 '성과의 80%는 전체의 20%에 의해서 결정 된다'는 최소 노력의 원리로 비즈니스 세계의 금과옥조로 인정받아 왔다. 기업들은 이 법칙을 마케팅에 적용해 핵심이 되는 상위 20%의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은행 등은 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VIP 마케팅이나 VVIP 마케팅을 실시하고, 일반 기업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직원과 상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소수'와 '사소한 다수'로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부정적인 의미로 '소수의 20%가 사회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불평등의 원리다. 파레토는 당시 농민의 소득 실태를 연구해보니 풍년과 흉년에 상관없이 상위 20%는 항상 곳간이 가득했고 하위 20%는 생활이 언제나 어려운 것을 발견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종합소득세 신고자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71%를, 하위 20%는 불과 1.6%를 차지하고 있다. 토지의 경우는 더욱 심해 상위 10%가 개인 토지면적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매년 국민총생산은 늘어도 상위 20%의 소득은 증가하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2080의 법칙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경우를 보아도 상위 10%가 총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1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는 갈수록 심해져 지난해에는 제조업 매출액의 41%를 차지했으며, 전체 상장사 시가 총액의 52%를 이루고 있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그나마 파레토의 법칙이 일부분 깨지기 시작했다. 미국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은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롱 테일의 법칙'을 발표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예 기회가 없었던 비인기 상품들이 무한한 공간과 상권을 갖는 인터넷에서는 히트상품과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을 원하는 개성이 강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딱 맞는 틈새 상품을 구매하면서 80%의 별 볼일 없던 제품들의 비율이 20%의 핵심 제품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적, 음반, 영화, 소프트웨어, 장난감 등의 온라인 시장에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사소한 다수'들의 영향력은 사회, 경제, 문화 부문에서 날로 커지고 있다. 80%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80%는 더 이상'사소한 다수'가 아니라 '중요한 다수'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파레토의 법칙의 지배력이 더 강한 분야가 많다.
요즈음 '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려는 여러 가지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복지 정책의 확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 대형마트 영업일 단축, 대기업의 중기업종 진출 규제, SSM 규제, 카드 수수료 인하,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축소, 대학 등록금 인하, 세제 개편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선거를 위한 소위 '표(票)퓰리즘'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환경과 위치에 따라 20도 될 수 있고 80도 될 수 있다. 건전한 사회는 20과 80의 조화와 상생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 20과 80은 상호 존재 가치를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완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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