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은 프로축구와 프로배구 뿐만이 아닙니다.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승부조작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불거진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에 이어 프로배구에서까지 승부조작이 터지자 체육계에선 보다 강력한 처벌과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프로 스포츠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에서도 승부조작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도자들은 물론 선수들의 의식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12일 체육계에 따르면 승부조작은 선수들이 소위 뒷돈을 대는 전주(錢主)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끼리도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손쉽게 베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주가 없더라도 선수들끼리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베팅한 뒤 암암리에 승부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박 사이트가 불법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주변에서 눈치를 채기 어렵고 이에 무감각해진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승부조작의 더 큰 유혹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이미 수년 전부터 이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다.
전직 프로축구 선수 A씨는 “지난해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이 발생했을 때보다 한참 전인 3~4년 전에 이미 타 종목에서 승부조작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고, 현재 승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프로축구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승부조작은 비단 프로축구와 프로배구 뿐만 아니고 프로 스포츠는 물론 아마추어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께 아마추어 실업팀이 참가하는 챌린저스(K3) 리그가 펼쳐진 한밭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외국 남성 2명이 수상한 행동을 보여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한 터여서 축구 관계자들이 경찰에 신고, 이들을 쫓아낸 것이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몇년 전에는 중국이나 태국 등지의 전주들이 '팀 창단을 해주면 수십억원을 제공하겠다'는 말이 있었다”며 “이들이 돈을 대고 팀을 창단한 뒤 승부조작에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승부조작이 곳곳에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어 체육계에선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의 보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의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부터 올바른 인성교육을 실시해 승부조작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가치관을 심어줘야 하고 지도자들 역시 성적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지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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