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우리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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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훈]우리가 변해야 한다

[중도프리즘]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승인 2012-02-09 16:45
  • 신문게재 2012-02-10 21면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그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 겨우 제자리다. 잠시라도 머뭇거리거나 멈추어 선다면 쓰러지거나 뒤처지든지 아니면 낙오자가 된다. 이것은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실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한 순간도 허튼 짓을 할 여유가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열심히 뛰면 너의 멋진 꿈과 희망을 성취할 수 있고 행복한 미래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에게 우리가 하는 말들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거울나라의 붉은 여왕이 온 힘을 다해 뛰는 앨리스에게 했던 말과 다름없다. “죽도록 뛰어 그래야 제자리에 있을 수 있을 거야”라고.

지금 대한민국 초·중·고교의 교실에서는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아이들이 대면하고 있는 문제는 어떤 외적 위협요인보다도 학교공동체의 근간을 위기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사회를 파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현재 학교폭력을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할 가장 위협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내 폭력 문제로 인해 더욱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국민들이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위기를 인식하면 이미 위기가 아니지만 그 위험을 자각하지 못할 때가 진짜 위기다. 많은 국민들은 학교폭력을 있을 수 있는 정도로 받아들이거나 열등하거나 평범하지 못한 일부 학생의 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더 나아가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아이와는 무관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제의 본질을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적 관심을 모으면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쏟아내는 각종 대책들을 보면 그 인식의 실체가 더욱 확연해진다. 경찰은 일진회 등 비행학생들에 관한 첩보를 수집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교사들을 처벌하거나 가해학생들에 대한 처벌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모아져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인 채 표면적인 현상만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이다. 마치 썰렁한 개그콘서트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이 서글프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왜곡된 학교교육과 잘못된 교육풍토를 조성한 것은 바로 교육정책이 높은 교육열을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공교육에 경쟁원칙을 도입할 것을 천명했고, 서로간의 경쟁심만 부추기고 승자독식의 상벌원칙을 보편화시킴으로써 구성원간의 상호협력적 관계성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고교교육까지는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교육과 창의성교육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습득한 지식의 양을 가지고 성적을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사교육이 활성화되고 학교교육이 붕괴되는 현상을 자초했다.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고 IT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장사를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벌써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학교폭력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꼭 해야 할 일은 교육부문의 경쟁원칙 도입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혁신적인 정책을 이행하는 것이다. 도입예정인 초·중·고교에서의 절대평가방식을 조기에 신속히 도입하고, 교육정책공약이었던 수능시험과목의 축소를 넘어 과감하게 자격시험화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변화에 대비해 대학차원에서는 다양한 선발방법을 연구 개발할 때다. 정부 또는 고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잠재역량과는 무관한 평가결과만을 가지고 신입생을 선발하던 관행을 탈피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했다. 학부모, 학교, 교육청 및 사회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회피하며 방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변해야 위기에 빠진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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