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워 호스]'말없는 말'이 전하는 희망의 온기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워 호스]'말없는 말'이 전하는 희망의 온기

말과 소년의 우정, 그 뜨거움…용기 등 고결한 가치를 그려 감독:스티븐 스필버그·출연:제레미 어바인, 에밀리 왓슨, 피터 뮬란

  • 승인 2012-02-09 16:33
  • 신문게재 2012-02-10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앨버트는 아버지가 사온 조이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튼튼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말이지만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친구처럼 시간을 보낸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조이는 기마대의 군마로 차출돼 앨버트의 곁을 떠난다.

고전영화의 향취가 물씬 난다. 광활한 평원과 파란 하늘이 한 컷에 잡힐 땐 존 포드 감독의 스펙터클 서부극, 석양을 배경으로 한 실루엣 장면에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흥이 살아난다. 디지털과 테크닉이 판치는 스크린에 클래식이라니. 가슴 저릿한 감동이 인다. '워 호스'는 전쟁에 차출된 '군마(軍馬)'가 들려주는 감동스토리다.
영화의 주인공은 말과 소년. 말 조이가 전쟁터에 끌려가면서 헤어졌던 친구이자 주인인 앨버트와 다시 만나기까지, 그 여정이 기둥줄거리.
포탄이 터지고 화염이 치솟고 굉음이 지축을 흔드는 전장(戰場)에서 말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서로를 죽이고 죽여서 뭐를 얻겠다는 것인가”하고 한탄했을까. 조이의 시선은 전쟁의 참혹상엔 별반 관심이 없다. 대포 공격에 말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참담하고 가슴 먹먹한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이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건 동료들, 그리고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다.

적진 돌파를 감행하는 장교, 동생을 구하려는 한 소년 병사,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프랑스 소녀, 혹독한 전투 중에도 조이를 지키려는 조련사 등 인연 맺은 이들의 이야기를 조이는 껌벅이는 눈으로 전한다. 눈빛만으로 전쟁의 비극, 전쟁에 대한 경고 그리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용기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 희망의 힘을 들려준다.

영국군과 독일군이 힘을 합쳐 철조망에 갇힌 조이를 구조하는 장면에서, 철조망을 친친 감은 조이가 앨버트를 향해 달려갈 때 눈시울이 젖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말없음으로 더 진한 감동을 전하는 방식. 외계인과 소년의 교감을 그린 'E.T'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유다. 용기 사랑 희망 우정 가족애 같은 고전적이면서 불멸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클래식은 꽤 잘 어울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CG 등 특수효과를 최대한 배제해 흥취를 한층 살린다. 조이 역에만 대역마(代役馬) 14마리를 사용해 사실적인 영상에 공을 들였다. 꾸미지 않은 덕분에 즉각적으로 전해지는 감동의 파고가 세다. 특히 조이의 연기는 어느 연기자보다 인상적이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 수상을 꿈꿨을 것 같다.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찍었던 야누시 카민스키에게 카메라를 맡긴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아카데미가 유독 전쟁영화를 내놓을 때만 스필버그를 작가로 여겼다는 점도 기억하자. 올 아카데미상에 '워 호스'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하지만 따져보자. 주요 부문은 작품상뿐 나머지는 음악 촬영 미술 음향 특수효과 등이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과 촬영 덕분에 좋은 작품이 된 것이지 연출과 연기는 “글쎄”라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디지털, CG, 3D 등 너도나도 테크닉을 자랑하는 이 시대에 클래식의 감흥을 살려 영화를 찍을 감독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것도 오롯이 필름으로 말이다.
'워 호스'는 스필버그가 거장임을 새삼 확인시키는 영화다. 필름의 매혹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영화이고 그래서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