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저 |
도시에서는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거대 자본주의 사회가 그 막강한 힘을 키워가기 시작하는 그때에도 여전히 지도에는 '미탐사 지역'이란 마크가 찍혀 있던 북극이다.
시턴은 막 문명과 교역을 시작한 캐나다 북쪽 끝 마을 서스캐처원을 시작으로 허드슨 만이 북극해로 흘러드는 지도에 없는 땅으로의 고된 카누 여행길에 오른다. 붉은 살갗의 인디언들과 당시에는 그 흔적을 이미 찾아볼 수 없던 미 서부의 버펄로 떼를 능가하는 거대한 순록 떼, 북극토끼, 스라소니, 무스, 사향소, 수리부엉이, 펠리컨, 아비새, 도요새, 황여새, 흰가문비나무 등 온갖 동식물이 그 찬란한 생명을 꽃피우는 모습을 인간의 힘이 개입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그곳은 시턴의 말대로 신이 이미 팔레트의 물감을 이곳에 다 써버린 덕에 열대 지역에서는 녹색 밖에 남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다채롭고 화려한 자연의 세계인 것이다. 또 백인들에 물들어가는 인디언, 한탕을 노리고 북쪽 지역에 몰려든 백인과 혼혈인들, 거대 무역회사 허드슨베이사, 새로 놓은 철길에 막혀 북쪽 서식지로 가지 못하는 영양 등 문명 세계와 야생 세계의 첫 교류로 탄생한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이기도 하다.
자연에 대한 꼼꼼한 기록자로서의 시턴의 묘사는 그가 좋은 화가이기도 하고, 좋은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가 직접 그린 스케치와 쉽고, 유머러스한 글은 북극의 자연에 대한 소소한 재미를 준다.
성인이 된 아들에게 키워준 비용에 대해 이자까지 첨부해 청구한 자본주의의 화신 같은 아버지에 대한 반발인지 시턴은 어려서부터 자연에 탐닉한다. 사냥을 하고, 당하는 야생의 세계지만, 생명에 대한 헌신과 아무 대가 없는 모정이 살아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시턴의 자연관이 드러나 있다.
씨네21 북스/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지음/김성훈 옮김/404쪽/1만5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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