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김희수(85·사진) 총장은 일흔 넘은 나이로 의사 가운을 벗고 동양 최대의 단일 안과 병원장에서 건양대 수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건양대와 건양대병원, 건양중ㆍ고교, 김 안과병원을 창업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김 총장. 논산 양촌면 남산리에서 태어난 그는 우리 지역의 몇 안되는 원로 가운데 한 명이다.
김 총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나비넥타이(bow-tie)'다. 나비 넥타이를 매는 이유에 대해 김 총장의 측근은 아주 우연한 인연 때문이라고 말했다.
3년 전 미래희망재단의 스티브 김이 대학을 방문했을 때 선물한 나비넥타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여든을 넘어선 김 총장에게 신선함이었을 것이다. 딱딱한 분위기의 일반 타이보다 젊음이 묻어나는 나비넥타이에 김 총장의 시선이 꽂혔다.
▲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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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론 줄 곧 나비를 매고 나비처럼 날아다고 있다. 1초마다 날갯짓을 20번 이상하는 나비처럼 김 총장은 1초 조차도 아끼면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총장은 새벽 3시 30분 하루 일과를 시작, 4시면 병원에 출근을 해서 약 1시간 동안 병원을 샅샅이 살피고 다시 집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한다. 7시 30분 다시 병원으로 나와, 회의 주재나 결재 등을 마치고 10시에는 논산의 대학으로 업무를 보러 간다. 직원들 한테 '원성'을 사는 대목이다. 김 총장은 지금도 학교 운영비를 직접 관리하고 결재한다. 허튼 돈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이렇게 절약된 비용은 전액 학생 장학금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불심이 깊은 그는 병원을 세우고 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것은 신앙적인 면에서 보시의 공덕을 쌓는 일이라고 했다. 작은 거인 김희수 총장을 만나 조금 '공격적이면서 난처한' 질문을 던져봤다.
-지역 큰 원로로서 요즘 정치적 문제를 보면 어떤 생각을 가지세요.
“나는 정치를 전혀 몰라.”
-김종필(JP) 전 총재와 학교를 같이 다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유혹을 많이 당했지. JP 한테도 유혹 당했지만 내무부 장관을 지냈던 친구인 정석모로부터도 권유받은 적이 있었어. 하지만 정치란 것은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정치한 것은 아니야. 못써, 못써….”
-(JP는 김희수 총장의 공주중학교 1년 선배다) 같이 학교 다녔던 분 가운데 정치하신 분이 JP와 정석모씨외에 또 있나요.
“김용환 전 국회의원도 공주중 후배지.”
-(정치권에서) 유혹을 참 많이 받았겠네요.
“많이 받았지. (당시 총선 출마를) 논산에서 나왔으면 당선됐을 지 몰라. 논산에 중·고교, 대학교 갖고 있고 광산 김씨 종친회도 있었으니 말이야. 그러나 (정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야. 정치하는 사람이 해야지 일반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정치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정치는 별로 재미가 없어. 그러나 요새 반액 장학금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할 말은 많아. 지방대학은 어떻게 하나. 국립대학은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학등록금 정책과 관련해)박원순 시장한테 불만이 있어. 자기 돈인가. 서울시 돈으로 시립대학 주는거지.”
-말씀하신 대로 요즘 반값 등록금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정부의 인하 정책에 대한 건양대의 방안은 무엇인가요.
“전체 학생의 34% 수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려고 해. 즉, 3명 중 한 명은 장학금을 받을 것이야. 올해 학생들에게 지급할 장학금이 200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장학금 130억원보다 70억원이나 증액됐어. 2015년까지는 전체 학생의 50%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장학금 조성에 초점을 맞출 거야.”
-외부 특강도 자주하시죠.
▲ 뉴욕 인턴시절 |
-병원을 중심으로 '건양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데 총장님의 노력에 대한 성과가 아닌가요.
“내 고향이 충청도이고 뼈를 묻을 곳도 충청도야. 돈을 벌었으면 이 지역에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지역대학은 지역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우리대학교 의과대학은 지역 안배를 해서 반드시 정원의 절반 정도는 지역출신을 뽑고 있어.”
-10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매입한 관저동 건양대 앞 부지 계획을 놓고 지역 관심도가 높은데요.
“아직도 큰 마스터플랜을 못 짰어. 신중히 생각해야지. 이 땅은 건양의 앞 길을 좌우하기 때문이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고민하고 있어. 돈을 생각하면 딱 떼어서 팔면 돈이 되겠지만(웃음)….”
-실버타운 등 콤플렉스 형태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실버타운도 생각하고 있어. 실버타운이 산으로 가면 안 되고 도심 속에 있어야 한다고 봐. 서남부 개발에 연계해서 고민하고 있어.”
-최근 사이버 대학 승인 등 시대에 맞춰 다양한 학교 발전을 꾀하고 있는데요. 이런 추진력과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사실 대학을 하지 않고 의사가 되지 않고 비즈니스를 했으면 삼성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정보화 시대에 세계 흐름을 보면 알 수 있어. 스티브 잡스가 말한대로 '여전히 배고프고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살고 있지. 나는 하나에 돌진하면 전력질주해.”
-어려울 때 누구와 상의하나요.
“식구와 주로 상의해. 자식, 아내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건양대병원 지을 때가 IMF가 터졌을 때야. 당시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아내가 숨겨놓았던 돈을 내놓아 어려움을 넘겼지. 여자는 결혼해서 남편 몰래 별도 주머니를 차야해.”
(김 총장은 한국전쟁 직후 초대 대전보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의대 동기의 여동생인 현재 부인과 결혼했다. 그는 '아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김안과병원도, 건양대도 있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을 '아내'라고 했다.)
-총장님의 멘토는 누구인가요.
“첫번째는 아버지이고 두 번째는 중학교 은사님들이야.”
-지금 가장 가깝게 지내는 분은 누구신지요.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별로 없어. 친구이자 학교 이사장인 구본정 이사장이 가깝지. 구 이사장은 70년 지기 죽마고우야.”
-독자들이 2세 경영여부에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계룡건설이나 금성백조 등 지역 대표기업에서 2세 체제로 움직이고 있는데 총장님은 2세 경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어떤 동물이든지 2세를 생각해. 하지만 2세가 어느 정도가 됐을 때 시켜야 한다고 봐.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김희수 총장은 1남 3녀로 현재 외아들인 김용하 병원 행정부원장이 학교 교무 부총장도 함께 맡고 있다). '인생은 정년이 없다'라는 슬로건을 갖고 살고 있지.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야.”
-지역사람들은 내부 상황은 모르고 '건양대는 언제쯤 아들이 총장 되나'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요.
“아들보고 '아직 멀었어'라고 말해. 호서대 이사장 아버지가 101세인데 아직도 아들에게 호령한다고 해. 그래서 아들(김용하 부총장)보고 '아버지가 오래하는 만큼 너도 오래하면 된다'고 말하지.”
김 총장은 국내 최고령 총장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그는 생물학적 나이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만큼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는 “건양대가 지역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모범 사학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영원한 현역이고 싶다”며 지금도 열심히 걷고 있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정리=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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