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영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무원장 |
이렇듯 다반사가 되어 버린 환자의 서울로의 이탈은 우리 병원뿐만이 아니고 지방의 대학병원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다. 물론 환자가 치료의 영역에서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존중되어야 할 기본 권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장의 논리로 본다면 궁극의 의료 소비자인 환자와 보호자가 스스로의 판단 하에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소비의 한 형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특정 지역과 특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그 정도가 지나쳐 다분히 염려스러운 면이 있다.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한 질환의 대표격인 암환자의 경우를 살펴볼 때 환자나 보호자의 대답은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그 병원이 수술을 많이 하고 잘 하는 병원이다. 둘째는 서울이 지방보다는 치료법에서 뭐가 달라도 다른 점이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서울에 있는 병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부분은 이런 이유다. 분명히 맞는 점이 있다. 이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이라는 병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생겼다면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어찌 이해되지 않겠는가? 주변을 통해 알아보고 또 인터넷을 검색하니 크고 웅장한 서울의 대학병원이 정답인 것 같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 병원에서는 암 수술을 많이 한다고 발표 하기도 했다. 이제는 슬슬 믿음이 신념이 되어간다.
정말 우리의 선택은 합리적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다시 암환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암은 질환의 특성상 근치적인 치료 이외에도 재발과 전이를 관리하기 위해 최소 몇 년 간의 외래 진료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수술을 포함한 근치적 치료 후에 추가적인 전신 항암 요법이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2주에 한번씩 서울에 올라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처음 한 두 번은 할만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년간 주기적으로 서울을 오가야 한다면 직접적인 치료비용과 더불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적지 않은 교통비 등 경제적 부담과 수시로 연고지를 떠나야 하는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응급상황이 생겨 예상치 못한 입원을 해야 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시말해 대부분의 치료가 한번의 입원으로 끝나지 않는 암이라는 병의 특성상 타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경우 앞으로 감당해야 할 무시 못할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에는 지방과는 다른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가? 더 나아가 치료의 결과가 과연 더 좋은가? 암환자의 경우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며 이는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특히 암수술 같은 경우는 그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어 경험 있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규격화된 동일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동일한 치료와 그 결과가 보장된다면 굳이 연고지를 떠나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어려운 걸음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분주한 곳은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가 되기 싶다. 이제 막연히 서울에서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역병원을 이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는지 이성적으로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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