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희망의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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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호]희망의 울타리

[월요아침]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승인 2012-02-05 13:15
  • 신문게재 2012-02-06 20면
  • 김신호 대전시교육감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자, 경제규모 12위의 경제강국이라고 한다.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당연히 행복해야 할 선진국인데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59~60위권 정도라고 한다.

최근 들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 자살 등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우리 국민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인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귀중한 생명을 저버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끝까지 사랑하지 않고, 마음을 다하여 자신을 지키는 용기마저 사라진 건 아닌지 매우 안타깝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이작 싱어의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소설이 있다. 독일의 켈름 마을에 사는 주인공 슐레밀은 언젠가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리라는 소망을 갖고 살아간다. 슐레밀은 나그네로부터 신기한 일이 무수히 일어나는,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청한다. 가던 방향을 잊지 않으려고 자신이 신었던 구두로 표시한 채 잠이 든다. 잠자는 동안 근처에 사는 대장장이가 장난삼아 구두를 180도 돌려놓는다. 잠이 깬 슐레밀은 벗어놓은 구두의 표시만을 믿고 가는 바람에 다시 켈름 마을로 돌아오고 만다.

가족과 이웃, 거리 등 모든 것이 자신이 살던 곳과 똑같다. 슐레밀은 학교 다닐 때 배운 '세상은 어딜 가나 똑같다'는 말을 떠올린다. 아침에 떠나 저녁이 되어 다시 되돌아온 것이건만, 자기가 살던 곳이 아닌 다른 켈름, 제2의 켈름이라고 믿는다. 아내와 이웃이 슐레밀을 이해시키려 해도 그는 믿지 않는다. 마침내 켈름의 장로들은 슐레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진짜 슐레밀이 올 때까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달라고 간청한다. 그는 언젠가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채, 10년이 지나도록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에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삶의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자신의 삶에 정성을 다하여 사랑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삶은 그렇지 아니하다.

아울러,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신과 타인을 향한 열린 마음을 일깨워준다. 슐레밀이 독선과 아집의 삶이라면, 마을 장로들은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삶이다. 우리가 삶을 객관적 관점에서 성찰할 수 있다면 자신과 세상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는 독선과 아집의 배타적인 삶은 이웃과 늘 평행선만 달릴 뿐이다.

중국 주(周) 무왕이 포악한 은(慇)나라 주왕을 정벌하면서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려고 '주왕은 많은 군사와 관리가 있을지라도 마음을 합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하나의 목표로 마음과 덕을 같이하고 있다. 동심동덕(同心同德)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뜻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쓴다면, 우리 앞에 놓인 걸림돌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이 세상을 등지기 전에 마음 놓고 호소할 행복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 손에는 저마다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앉으면 스마트폰에 몰입한다. 각자의 삶에만 빠져들어 남과의 소통이 부재한 상태다. 문득 외로움이 느껴질 때,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깨닫는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저버리기 전에 손을 내밀어 이야기할 친구와 이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내 주변의 청소년들 속으로 들어가 손을 내밀자. 한 생명이 천하보다도 귀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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