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민식”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의 매력은 일반인도 건달도 아닌 이른바 '반달' 최익현,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최민식의 괴력에서 나온다. 젊은 수컷들이 득시글거리는 이 영화에서 묵직한 뱃살의 이 중년배우는 주눅 들기는커녕 영화 전체를 쥐고 흔든다.
“저 깡패 아입니다. 저도 공무원 출신입니다. 공무원.” 비리 공무원 출신의 최익현은 물에 빠져도 입은 동동 뜰 듯한 '구라'의 신이자 철저한 기회주의자다. 그는 한국 사회에선 '인맥(人脈)'이 곧 권력임을 꿰뚫고 있다.
살기 위해 나쁜 놈과 손을 잡았다가 어느새 자기도 나쁜 놈이 되고 급기야 더 나빠지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신을 더럽히는 사람. 권력의 맛에 취해 허세를 떠는 그는 누가 비웃든 말든 살아남기 위해선,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할 남자다.
그렇게 '범죄와의 전쟁'은 '반달'이자 '꼰대' 최익현을 통해 들여다본, 편법과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화다.
욕망으로 가득 찬 인물의 변신과 배신, 그 전성기와 파국을 1980년대 시대상에 녹여낸 솜씨가 유려하다. 최민식은 비굴한 하급 공무원과 거만한 폭력조직의 수뇌부를 오가는 익현을 버라이어티한 연기로 그려낸다. 근엄한 척 속내를 숨기는 하정우의 존재감이 뒤를 든든히 받친다.
나쁜 놈이지만 익현을 욕할 수 없는 건 우리 아버지의 그림자가 언뜻 비쳐지기 때문이다. 씁쓸하다. 그런 건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인가. 유머러스하면서 박력 있고 무엇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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