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전입에 악용되는 건 기본이고, 일률적인 '농어촌' 지역 규정과 부정입학에 대한 처벌이 형식에 그치는 등 한 두가지 문제가 아니다.
농어촌 특별전형은 도시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학생에게 대학진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996년에 도입됐다.
각 대학은 농어촌 소재 고교에 재학하면서, 그 기간에 부모가 농어촌에 거주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정원의 최대 4%까지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다.
학생이 농어촌 소재 학교에 일정기간 이상 재학하고, 부모와 학생이 농어촌에 일정기간 이상 거주해야 특별전형 대상이다.
하지만, 농어촌 특별전형을 교묘하게 악용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학사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도 수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대전·충남에서는 H고가 유일하게 적발됐다.
수법은 위장 전입이다.
2009~2011학년도에 H고의 전체 대학합격자 310명 중 농어촌 특별전형 합격생은 82명이다.
이 중 30명은 부모의 실제 거주지가 농어촌지역이 아닌데도,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H고도 실제 농어촌지역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별전형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확인서 또는 추천서를 발급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교장이나 담당 교사가 직접 농어촌으로 주소를 이전하면 특별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부정 입학 사례가 드러나도 입학 취소 여부 등은 대학이 결정할 문제다.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 특별전형 자격 강화 필요성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특별전형 혜택을 받으려면, 농어촌 거주 기간 3년만 되면 된다.
중학교는 도시에서 졸업하고 고교만 농어촌으로 진학하고, 대학 입학과 함께 도시로 전출하는 편법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거주 기간 요건을 6년 이상으로 하면 부정입학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편일률적인 농어촌지역 규정도 문제다.
각 대학이 농어촌지역으로 설정한 일부 읍·면은 도시화 진행 수준과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농어촌만큼 열악하지만, 시(市)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도 많다.
특히, 농어촌에 있더라도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진학한다는 측면에서 특별전형 입학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치단체와 협약한 특정지역 소재 고교에만 특별전형 혜택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 관계자는 “허위나 부정이 있다고 판단되면 합격 취소나 입학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대학 자체 규정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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