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명승 前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세계 50여 개국의 정상들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 유럽연합에 덧붙여 인터폴과 같은 국제기구의 대표가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이명박 대통령의 주재하에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며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핵안보정상회의를 제안해 첫 번째 회의가 2010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고, 이번에 두 번째 회의가 서울에서 우리나라 주관으로 개최된다.
핵안보라고 하면 핵물질, 방사성물질과 이와 관련된 시설에 대한 악의적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의미한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에 따라 옛 소련 영토내에 존재하던 핵물질과 핵시설의 안전한 관리에서 유래했으나,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핵테러 대응조치가 주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원자력의 이용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증대됨에 따라 핵물질의 국제적 이동과 원자력 기술의 국제 교류가 활성화 되고, 이에 따른 핵물질의 안전관리에 덧붙여 민감기술의 확산 방지 등도 주요한 의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의 사용을 줄이고, 취급,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의료용 동위원소 등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용 원자로의 핵연료로써 기존에는 90% 이상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했으나, 이를 농축도 20%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핵물질 방호를 위해 집중식 통합관리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독창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분야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간 지속적인 원자력 발전기술의 개발을 통해 세계 5위의 원자력 발전국의 위치에 올라섰다. 이와 병행해 우리나라는 원자력시설에 대한 위협을 방지하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위한 물리적 방호 체계를 갖추었고, 핵물질의 발생량과 변동사항을 정확히 측정, 관리할 수 있는 핵물질 계량관리체제를 갖추어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모범국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올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우리의 선진 기술과 축적된 경험을 세계에 알리고, 또한 새로이 원자력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확대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50여 개국의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회의는 물론 원자력산업 최고경영자회의(Nuclear Industry Summit)와 핵안보심포지엄을 병행해 개최할 계획이다. 원자력산업 최고경영자회의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산업 및 연구계가 주관해 실시한다. 이 회의에 200여 명의 세계 원자력 산업계의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리라 예상되므로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의 안전성과 우수성에 대한 홍보는 물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실추된 원자력의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외교통상부의 외교안보연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자력통제기술원을 중심으로 핵안보정상회의 참여국가와 핵안보 관련단체의 전문가를 초청해 학문적 측면에서 핵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핵안보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국가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의 평화적이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이자 모범국가이며, 원자력은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에 커다란 기여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안보 및 평화적 이용분야에서 우리의 성과와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국제적인 핵안보 논의에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원자력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다. 이를 통해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도 확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올해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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